#중국은 2013년 발표한 원격의료기술 발전계획에 따라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2016년부터 원격의료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초진 환자가 아닌 재진 환자는 인터넷을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고 약도 처방 받는다. 2016년까지 중국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한 사람은 1억 9,500만명에 이른다. 온라인 의약품 판매량은 2016년 110억 위안에서 2017년 1,000억 위안으로 9배 가량 급증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의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디지털 의료 분야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승차 공유 스타트업 ‘그랩’은 지난해 3월 세계적인 기업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를 인수했다. 우버의 애플리케이션(앱) 기능이나 지도의 정확도가 앞섰지만 그랩은 가격이 저렴하고 현지화한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지난해 3월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이 평가한 그랩의 기업가치는 약 60억 달러로, 2년 전(2016년ㆍ약 18억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했다. 1990년대 택시, 렌터카 사업 등에 적용하던 규제를 승차공유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동남아도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허물면서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 현행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대착오적인 각종 규제에 막혀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벌여야 할 국내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한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개혁에 나선 것은 비단 주변국만이 아니다. 영국은 2010년 ‘One In, One Out’(규제 1건을 도입하면 1건을 폐지하는 원칙)이라는 규제총량제를 도입했다. 2013년부터는 ‘One In, Two Out’으로 규제의 총량마저 줄이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건의 규제를 도입할 때마다 2건을 폐지하겠다는 내용의 ‘Two for One Rule’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기존 규제 중 75% 이상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신산업 관련 규제 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특례법을 제정해 모든 법보다 상위법으로 현장에서 적용되도록 했다. 특히 2017년 5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비식별화한 익명의 가공정보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만들었다. 또한 ‘내 정보는 절대 활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면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도 만드는 등 빅데이터와 AI의 폭넓은 활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반면 한국의 규제 개혁 실태는 차이가 크다.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로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겪기도 했다. 2010년 3월 보건복지부는 ‘팔 이식수술’을 신의료기술로 지정했고, 2017년 2월에는 국내 최초로 팔 이식수술이 성공했다. 하지만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팔이 포함되지 않아 의료법 위반 우려와 함께 환자에게는 수술비와 치료제 보험급여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건의로 복지부는 2018년 5월에야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정부는 뒤늦기는 하지만 규제개혁을 강조하면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규제혁신, 산업구조 개편, 노동시장 개혁 등 10년 넘게 지체되거나 미뤄져 온 과제들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EU 대사와 면담을 갖고 규제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대립 조정에 대한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11일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 1호로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 등 4개 과제를 승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좀더 적극적인 규제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환경 파괴, 교육 및 노동환경 악화, 빈부 격차 심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지 않는다면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대전제를 갖고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들이 법과 제도의 틀에 갇혀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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