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하노이에서도 여전한 ‘실세’ 면모를 과시했다. 27일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교 만찬장을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최종 확정한 것도 김 부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이번 만남의 ‘역사적 의미’를 중시한 미국이 먼저 제안했지만, 북한 측이 이를 수락한 건 김 부부장의 최종 재가가 떨어진 다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하노이에 도착한 26일 낮까지만 해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 부부장과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이날 저녁 호텔을 답사한 뒤 최종 결정됐다. 백악관 측이 27일 새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최종 확정해 공개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김 부부장의 승인을 거친 셈이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26일 아침 베트남에 도착한 순간부터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검은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거의 모든 일정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특별열차가 동당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기차에서 내려 역 주변 상황을 점검하며 김 위원장의 동선을 점검했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측 환영단과 인사하는 중에도 꽃다발을 받아주며 ‘밀착 수행’을 계속했다. 베트남 도착 전 중국 난닝시 한 기차역에서는 김 위원장이 플랫폼에서 담배를 피우자 양손으로 재떨이를 들고 수행하는 모습이 일본 방송에 찍히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교 만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본 회담의 기선을 잡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여정 부부장은 막판에 배제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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