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8년을 맞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 제거에 사용된 제염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방사능 농도 기준치 이하인 제염토의 대부분을 재사용한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관광산업 피해 등을 우려한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반대의 벽에 직면해 있다.
사고 이후 쌓여만 가는 제염토의 양은 도쿄(東京)돔 11개에 달하는 규모인 1,400만㎥를 넘어섰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사고원전 인근에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해 지난달 19일 기준 235만㎥ 정도를 반입했고, 2021년까지 1,400만㎥ 반입을 전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2045년 3월까지 중간저장시설에 보관될 예정이지만 이후 후쿠시마현 외부로 반출해 최종 처분하는 방안이 법적으로 정해졌다.
아직 25년 이상이 남아 있지만, 최종 처분을 위한 장소 물색은 쉽지 않다. 환경성은 “(최종 처분을) 수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이해를 구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후쿠시마현 외부로 반출되는 제염토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방사능 기준치 이하의 제염토를 꽃밭 조성, 매립공사 등에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성 전문가회의는 2016년 6월 제염토를 모두 최종 처분하는 것은 처분장소 확보를 감안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이에 방사능 기준치 이하인 제염토를 재사용하거나 관리자가 명확한 공공사업 등에 활용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엔 방사능 농도 감소 기술 개발 등을 감안, 1,400만㎥에 달하는 제염토의 99% 이상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 이외의 장소에서 최종 처분될 제염토의 양은 0.2%에 불과한 3만㎥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제염토 재사용이 사실상 현 내에서 최종 처분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2015년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허용할 당시 ‘30년 이내 다른 지역에서 최종 처분’을 조건으로 수용한 만큼, 정부의 계획은 약속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2017년에도 후쿠시마현 지자체 두 곳이 제염토 재사용 방침을 결정했으나, 주민들의 반대 운동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제염토 재사용 및 오염수 방류 방안과 관련한 정부와 후쿠시마현 주민들 간 인식 차이는 여전히 크다. 후쿠시마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제염토를 공공사업에 재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61%, 찬성은 27%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반대가 73%였고 찬성은 14%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방류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65%, 찬성이 19%인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