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보다 결속력 강해, 교육부 공개 명단 빠진 유치원에 전화해 독촉한 것으로 알려져
경북 포항에서는 4일 사립유치원 54곳 가운데 35곳이 개학을 미뤄, 같은 날 21곳이 연기한 서울보다 높은 65%의 참여율을 나타냈다. 앞서 개학 연기 의사를 밝힌 구미 등 경북도 내 다른 지역 유치원들이 대부분 철회한 반면, 포항지역 사립유치원들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포항지역 사립유치원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은 유치원 수가 많은 데다 한유총 지회를 중심으로 결속력이 다른 곳보다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2일 교육부가 개학연기 유치원 현황을 공개하자 참여하는 유치원들이 명단에서 빠진 유치원에 연락해 참여를 독촉하면서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지원교육청 관계자는 “포항지역 유치원들이 예전부터 잘 뭉치는 편이었다”며 “개학 연기 명단이 공개되면서 빠진 유치원에 전화해 항의하고 따져 많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포항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도 “한유총 포항지회 소속 유치원들이 SNS를 통해 개학 연기에 동참하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문을 열었다”며 “정부에 불만이 많지만 여론이 사립유치원에 부정적이고 애들을 받지 않을 수 없어 개학했다”고 말했다.
4일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35곳의 개학 연기로 긴급돌봄서비스를 신청한 유아 191명은 인근 공립유치원과 지원센터에 모두 배치됐다. 포항교육청은 지난 3일 개학을 연기한 사립유치원에 시정요구서를 보낸 데 이어 4일 시정명령을 내린 뒤 응하지 않으면 5일부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할 계획이다.
한편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지회 포항지회(이하 참교육 포항지회) 등 포항지역 16개 시민ㆍ사회단체는 이날 포항교육지원청 앞에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교육 포항지회 등은 성명을 내고 “한유총이 유아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아이들을 유치원 밖으로 내모는 행동은 옳지 못하다”며 “집단 휴원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경상북도교육청과 포항교육지원청도 이번 개학 연기를 선언한 사립유치원들의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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