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이라 할 수 있는 ‘말모이’의 편찬 과정을 담은 영화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마도 영화에서 ‘사전’이란 소재를 다룬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인 듯하다. 사전이라 하면 입학이나 졸업 때 받았던 두꺼운 책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요즘의 사전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어떤 형태든 간에 우리는 그것들을 보통 ‘사전’이란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전을 가리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언어사전류를 지칭할 때는 ‘사전(辭典)’을, 백과사전류에는 ‘사전(事典)’을 쓰는 것도 다르다. 이 두 가지를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한자만 보면 언어적 측면이 강조되는 사전에 ‘辭’를 씀을 알 수 있다. 이를 직역하면 ‘말을 담은 책’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사전(辭典)’을 찾아보면 동의어로 ‘사림(辭林), 사서(辭書), 어전(語典)’ 등이 나온다. 한자를 직역하면 ‘말의 숲’, ‘말의 책’ 정도로 풀이할 수 있으니 표현만 다를 뿐 모두 ‘사전’을 뜻하는 말이라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말모이’ 역시 주시경 선생께서 ‘말을 모은 것(책)’이라는 뜻을 담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는 것도 이해된다. 최현배 선생은 ‘말을 담은 광(창고, 곳간)’이라는 의미로 ‘말광’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의 이용자 참여형 사전 ‘우리말샘’ 역시 우리말이 계속 샘처럼 솟아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전’을 부르는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앞으로도 사전은 그 의미대로 우리말을 풍부하게 모으고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언어문화가 발전할수록 우리의 사전 역시 넓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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