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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그곳에선] “바닷물이 뜨신 갑네” 오염 걱정하는 해녀들

입력
2019.03.06 17:30
수정
2019.03.07 11:10
0 0

자연산 돌미역 예년보다 20일 일찍 자라고, 말똥성게 수확량은 급감

※동해가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어업 기술은 발전했지만 어자원이 급격히 줄면서 동해를 대표하던 명태는 자취를 감췄고, 오징어마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매주 한 차례 동해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 얘기를 통해 건강한 바다를 모색한다.

경북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평리 앞 바다로 입수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경북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평리 앞 바다로 입수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1> 구룡포 해녀

“바닷물이 뜨시긴 한 갑네. 미역이 왜 이래 빨리 자랐노.”

5일 오전 10시30분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 구평리 앞 바다로 입수한 해녀 성정희(68)씨는 이내 미역을 한 움큼 쥐고 올라왔다. 구평리 바닷속은 해안가 방파제와 바위 위에 서서 육안으로 내려다봐도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미역으로 가득했다.

포항 구룡포 바다 해녀들은 해마다 4월 자연산 돌미역을 본격 채취 하지만 올해는 3월부터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구룡포 앞바다의 미역이 평년보다 20일 정도 빨리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동해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미역 성장 시기가 빨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역 상태는 이전보다 좋지 않다.

성정희씨는 “미역에 흰 점과 같은 이물질이 많이 붙어 있어 전문가들한테 자문을 구했더니 환경 오염 때문인 것 같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해녀들을 이끌고 있는 성정희씨가 구룡포읍 구평리 앞 바다에 입수한 뒤 곧바로 미역을 채취해 들어 보이고 있다. 구룡포 해녀들에 따르면 올해 동해 미역은 예년보다 20일 정도 빨리 자랐다. 김정혜기자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해녀들을 이끌고 있는 성정희씨가 구룡포읍 구평리 앞 바다에 입수한 뒤 곧바로 미역을 채취해 들어 보이고 있다. 구룡포 해녀들에 따르면 올해 동해 미역은 예년보다 20일 정도 빨리 자랐다. 김정혜기자

그가 이끄는 구룡포 해녀팀은 16명. 1년에 300일 정도 바다를 누비는 이 해녀팀에서 가장 어린 해녀가 59세, 최고령이 79세로 다른 지역 해녀들보다 젊은 편이다. 30년 이상 베테랑인 이들 해녀팀은 구룡포 앞바다만 고집하지 않고 울진 고포에서 경주 감포까지 경북 동해안 전체를 다닌다. 태풍으로 파도가 심할 때를 제외하고 동해 전체를 훑다 보니 생태계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구룡포 해녀팀의 눈은 예리하다. 치패(어린조개) 방류 사업으로 일정크기 이상 양식으로 자라 바다에 뿌려진 전복과 100% 자연산 전복을 단번에 구분할 정도로 예리하다.

성정희씨는 “인위적으로 바다에 뿌려져 자란 전복은 방류 당시 크기만큼 등껍질 일부가 양식 전복과 같은 푸른색을 띄고 나머지 부분만 자연산과 같은 갈색을 나타낸다”며 “바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변화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 구룡포 해녀 성정희씨가 양식으로 일정 크기 이상 자란 뒤 바다에 뿌려져 자란 전복(왼쪽)과 100% 자연산 전복(오른쪽)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등껍질이 갈색인 100% 자연산 전복과 달리 바다에 뿌려진 뒤 자란 전복은 방류 당시 크기만큼 등껍질 일부가 양식 전복과 같은 푸른색(노란색 원 안)을 나타낸다. 김정혜기자
포항 구룡포 해녀 성정희씨가 양식으로 일정 크기 이상 자란 뒤 바다에 뿌려져 자란 전복(왼쪽)과 100% 자연산 전복(오른쪽)을 비교해 설명하고 있다. 등껍질이 갈색인 100% 자연산 전복과 달리 바다에 뿌려진 뒤 자란 전복은 방류 당시 크기만큼 등껍질 일부가 양식 전복과 같은 푸른색(노란색 원 안)을 나타낸다. 김정혜기자

환경 오염으로 황폐해지는 바닷속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지난 겨울 노다지로 불리는 말똥성게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수년 전에는 껍데기를 벗기고도 겨울 한 철 3,000㎏에 달했던 성게 채취양은 지난 겨울 800㎏를 겨우 넘겼다.

11월과 12월 채취하는 말똥성게는 일본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여서 10월쯤 일본의 수산 상인들이 직접 구룡포를 찾아 경쟁 입찰로 미리 계약한다. 성게 양이 크게 부족하다 보니 올해는 전량 일본으로 보내졌다.

정부 조사에서도 지난해 수온 상승으로 동해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해조류ㆍ어류의 생태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동해의 왕돌초, 울릉도, 독도를 포함한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에는 61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3분의 2가량인 41종이 자리돔ㆍ황놀래기 등 난류성 어종이었다. 해수부는 “최근 들어 남해 바다뿐만 아니라 동해 바다도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울진 고포에서 경주 감포까지 경북 동해안을 거의 매일 누비는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물질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경북 울진 고포에서 경주 감포까지 경북 동해안을 거의 매일 누비는 포항 구룡포 해녀들이 물질에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김정혜기자

구룡포 해녀팀을 이끄는 성정희씨의 바람은 젊은 해녀 배출을 위한 동해 해녀전문학교 설립과 어자원 보호다. .

그는 “최근 들어 육지에서 흘러 든 쓰레기와 폐수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며 “성게뿐만 아니라 모든 해산물의 채취 양이 급격히 줄고 있어 바다를 살리는데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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