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업체 ‘빌리’ 업계 3위였지만 실상은 돌려막기 회사
허위 대출 상품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한 뒤 160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P2P 대출 업체가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P2P 대출은 인터넷 플랫폼 운영업자가 불특정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개인이나 업체와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로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검찰에 적발된 업체는 P2P 업계 3위 규모와 실적을 자랑하는 대표 기업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는 허위 대출 상품으로 투자자 6,802명을 속여 162억을 뜯어낸 P2P대출 업체 ‘빌리’의 대표 주모(33)씨를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주씨의 업체에 대출자들을 연결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 부동산 시행사 대표 이모(51)씨 등 2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주씨는 수익률 20%인 정상적인 P2P 업체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정상적 P2P업체라면 대출이 필요한 업체에 직접 대출을 해 주지 않고 수익증권이나 담보물을 확보한 뒤 신탁회사를 통해 간접 대출을 해 주는 구조다. 하지만 주씨 업체는 이런 과정 없이 대출을 원하는 업체나 개인에게 무담보로 대출을 내줬다. 모텔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해 신탁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한 모텔 시공업체에 내준 대출이 대표적이었는데, 해당 업체가 시공하던 모텔이 준공도 하기 전에 저축은행에 88억원을 저당 잡히는 바람에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게 됐다.
검찰 조사에서 주씨는 돌려막기로 외형을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후순위 투자자에게서 받은 투자금을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리며 투자자들 눈을 속인 것이다. 대출 상품엔 전액 대출해줄 것처럼 광고를 했지만 실제 투자금을 확보한 뒤에는 일부만 대출하고 나머지는 차주와 가로챈 경우도 있었다. 주씨 등은 대출이 취소돼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투자금 73억원을 다른 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혐의도 받고 있다.
2017년 11월 기준 주씨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805억원으로 P2P대출업계에서 순위 3위까지 성장했다. 이에 주씨는 2017년 11월 상장회사에 110억원의 현금을 받고 매각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부실 경영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 당했다. 투자자들이 현재까지 이 업체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돈은 253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는 한편, 해당 P2P대출 업체 계좌를 동결해 추가 피해를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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