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성일수록 미투(#Me too) 운동 등 성평등 이슈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강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투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녀 모두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을 남녀 갈등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를 1순위로 꼽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런 내용이 담긴 ‘미투운동 이후 사회변화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사흘간 19~59세 성인남녀 2,012(남 1,030명ㆍ여 982명)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남성 중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50대가 72.7%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 68.1%, 30대 52.1%였다. 반면 20대는 절반 이하인 47.2%만 미투를 지지한다고 했다.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지지한다는 응답이 80% 안팎이었다.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나의 말과 행동이 성희롱ㆍ성폭력이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한 남성의 비율을 보면 50대가 69.1%로 가장 높고 40대 68.1%, 30대 51.9%였는데, 20대는 절반 이하(41.4%)만 긍정적으로 답했다. 연구원은 “중장년층의 축적된 사회적 경험이 피해자와 차별적 상황에 대한 감수성을 확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은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 50~60%대로 연령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성범죄 사건을 처리할 때 성차별 문제에 대한 이해와 피해자 인권을 고려하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비슷한 분포를 보였다. 긍정적으로 답한 남성 비율은 50대(76.4%), 40대(72.1%), 30대(66.1%), 20대(56.2%) 순이었다.
반면 여성은 20대(88.3%), 30대(88.0%), 40대(87.2%), 50대(80.5%) 순으로 긍정적으로 답해 남성과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향후 미투 운동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이 꼽은 우선 순위는 남녀가 비슷했다. 남녀 모두 ‘권력을 악용한 성폭력을 남녀 갈등 문제로 몰아가는 태도’를 1순위(남 37.4%ㆍ여 32.2%)로 꼽았다. 이어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2순위(남 23.6%ㆍ여 31.8%)에 올랐으며, 3순위는 ‘피해자의 2차 피해’(남 17.9%ㆍ여 24.3%)였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미투운동이 성희롱·성폭력이 권력에 기반한 사회구조적 문제인 점을 환기시켰고, 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한 우리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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