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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잃은 돈 만회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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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잃은 돈 만회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9.03.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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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 보상회로에 각인된 쾌감 얻고자 도박 집착 

 잃은 돈 만회해도 도박 끊지 못해 결국 ‘탕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영국의 한 여성이 암 투병을 하는 아들을 위해 기부된 억대의 치료비를 도박으로 탕진한 사실이 드러나 영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희귀암인 신경아세포종을 앓는 6살 아들(토비)의 암 투병 치료비 10만 파운드(약 1억4,800만원)를 온라인 도박에 빠져 탕진한 어머니 스테이시 워슬리(32)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도박이 뭐길래, 생사의 위기에 빠진 아들까지 외면할 정도로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도박에 빠지면 우리 뇌가 다른 일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기쁨(쾌락)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도박이 무서운 것은 잃은 돈을 만회하는 것 대신 도박 자체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는 “겉으로 볼 때는 잃은 돈을 다시 찾으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며 “사람들이 돈을 잃고도 도박에 집착하는 것은 뇌의 보상회로에 각인된 쾌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고, 이 때문에 잃었던 돈을 되찾더라도 도박을 중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도박중독자들은 돈을 만회해도 도박을 멈출 수 없어 결국 다시 돈을 탕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위중독 전문가들은 ‘승리의 기쁨’이 도박중독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는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른바 ‘빅 윈’(big win)을 경험하면 승리에 대한 기억과 기쁨이 뇌에 강하게 각인돼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도박에 탐닉하게 된다”며 “승리를 경험한 기억은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되고, 설사 게임에서 패해도 다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주기 때문에 도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박의 유혹에서 빠져 나올 수 없는 길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도박의 유혹은 인간의 의지보다 강하기 때문에 도박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도박에서 돈을 잃더라도 인간의 뇌는 포기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평소의 능력을 초월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도박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인터넷은 물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도박이 카지노, 경마장, 불법 하우스 등에 국한되지 않고 24시간 도박을 즐길 수 있게 되자 도박 중독의 폐해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도박과 관련된 홍보,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하 전문의는 “인터넷,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소액결제를 할 수 있어 도박과 관련된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에 대해 일반인들은 ‘끊을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 도박중독자에게 의지를 통해 도박을 끊으라고 하는 것은 시끄러운 콘서트장에서 공부를 하라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 전문의는 “심리상담, 약물치료, 단(斷)도박모임 등의 도움을 받아 의지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박중독은 단시일 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인내심을 갖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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