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 “정상회담 준비 안 하고 있다”
“합의 이르지 못한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영향”
미중 무역전쟁의 최종담판 격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돼 다음달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no deal)’로 끝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추가 요구를 하며 회담을 결렬시킬 것을 중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는 베이징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양측 모두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곳(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미중 정상회담 관련해선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도 미중 정상회담 날짜가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을 시사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원장은 지난 5일 폭스뉴스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두 정상이 만나서 최종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선 “미국 측은 단순히 빠른 거래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정상회담은 4월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당초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은 이달 말로 예상됐다. WSJ은 지난 3일 소식통을 인용, 미중이 ‘최종 단계(final stage)’에 와있다면서 시 주석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방문한 뒤인 오는 27일쯤 플로리다주 마라라고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WSJ은 이 같은 속도조절의 배경에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렬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영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회담을 마치자, 중국 고위 관료들이 최종합의에 대한 미국 측 보장을 받지 않은 채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물론, 확신한다"면서도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좋은 거래가 아니라면 나는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트 윌렘스 백악관 통상담당 보좌관은 전날 열린 한 행사에서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수입량을 대폭 늘리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일부 낮추기로 했다며 미중이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고율 관세 가운데 최소 2,000억달러어치 상당 제품의 관세를 철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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