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外 주요 당직 친박계 일색… 5ㆍ18 망언 징계도 차일피일
“혁신의 깃발을 높이 올리고 자유우파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지난달 28일 공식 일정을 시작한 ‘황교안 체제’가 10일로 출범 열흘째를 맞았다. ‘현충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남대문시장-봉하마을 방문’으로 통합ㆍ민생 보듬기에 주력했지만 새 당대표의 리더십 검증대인 당직 인선에 친박(근혜)계가 포진하고 ‘5ㆍ18 폄훼’ 징계는 미적거리는 모양새여서 그가 강조한 ‘혁신’과 ‘통합’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년째 되는 이날 황 대표는 탄핵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시당 초청 강연에서 황 대표는 소득주도성장과 미세먼지 대응 등 문재인정부의 실정 비판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탄핵 관련 언급은 강연 말미에 “우리 당이 탄핵 이후 존폐 위기에 몰렸지만 눈물겨운 희생과 노력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대목에 그쳤다. 강연 이후 취재진이 황 대표에 탄핵 관련 입장을 묻자 그는 “안타까운 사태가 있었지만 이제는 미래를 향해 새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도 “국민의 뜻을 잘 감안해 처리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 정당성 논쟁’과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됐던 황 대표가 탄핵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낼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친박 정당 색채를 빼고 변화된 ‘황교안 체제’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련 메시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이날 행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정리가 덜 됐다는 것으로, 친박당에서 벗어나 당 체질을 바꾸고 혁신할 준비가 미흡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취임 이후 사무총장ㆍ비서실장ㆍ전략부총장 등 주요 당직 인사에 친박계를 배치한 것도 ‘탕평 인사’ 실패는 물론 친박당에 갇힌 증거라는 평가다. 한선교 사무총장은 원조 친박이고, 이헌승 비서실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시 박근혜 경선수행 부단장을 맡았던 친박 인사다. 추경호 전략부총장은 국무조정실장 시절,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를 보좌하긴 했지만 당내에선 진박(眞朴) 색채가 짙었던 인물로 통한다. 2016년 4ㆍ13 총선 당시, 과거 박 전 대통령 지역구(대구 달성군) 출마를 준비하던 곽상도 의원(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대신 추 부총장이 긴급 투입됐기 때문이다. 달성군에서 밀려난 곽 의원은 대구 중ㆍ남구로 지역구를 바꿔 당선됐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한선교 의원이 탈박(脫朴)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비박계와 교감이 없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친박인 것이고, 비박계 김세연 의원이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해도 정책예산이 반토막나 의미 있는 보직이 아니다”며 “도로친박당 인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5ㆍ18 폄훼 관련 징계를 미루는 데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5ㆍ18 징계는 당 윤리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던 황 대표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사퇴한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을 만류하지 않은 것 자체가 징계를 회피하는 것으로 읽혀져서다.
지도부 결단이 미뤄지면서 2ㆍ27 전당대회 이후 진행하겠다던 김진태ㆍ김순례 의원 징계 논의는 물론, 지난달 14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명이 결정된 이종명 의원에 대한 처리(의원총회 표결)도 미뤄지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서 김순례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를 언급했지만 황 대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징계를 뭉그적거리다가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일까지 여권의 공세가 계속되지 않을 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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