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선 한유총 이사장 사퇴, 강경파 주도 ‘제2의 한유총’ 나오나
해산 위기에 리더십 부재까지 더해져
“제2의 한유총만들자” 일부 강경파 움직임도
국내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이덕선(55) 이사장이 사퇴했다. 지난 4일 ‘유치원3법(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며 개학연기 투쟁에 나섰다 백기를 들고 사퇴를 시사한 지 1주일 만이다. 해산 위기에 처한 한유총에 내부 리더십 부재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한유총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이사장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운영자율권, 사유재산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했다”며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유총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조건 없이 수용한 만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실정에 맞게끔 모니터링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새 이사장을 선출할 26일 대의원 총회까지 자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개학연기’로 여론의 포화를 맞은 한유총으로선 강경파로 분류되던 이 이사장까지 사임하며 투쟁 동력을 완전히 잃게 됐다. 지난 5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한유총 설립 취소를 공식화함에 따라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라는 게 한유총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원 유치원들의 탈퇴도 이어지고 있다. 한유총 온건파들이 탈퇴해 만든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 관계자는 “(한유총의)개학연기 투쟁 전후로 가입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유총 관계자는 “개학연기 투쟁은 이사장의 단독 결정이 아닌 회원들의 요구에 의해 결정된 일”이라며 “이사장 사임으로 회원들이 집단 탈퇴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유총은 일단 12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법인 설립취소조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 방침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유총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취소한다는 공문 외에는 아직 받은 게 없다”며 “청문절차 등의 통보가 와야 이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5~29일 사이 청문을 진행하고 다음달 중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별도의 조직을 통해 ‘제2의 한유총’을 만들자는 한유총 내 강경파들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 사이에선 이미 세력화돼 있는 한사협에 집단 가입해 조직을 다시 장악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한사협 관계자는 귀띔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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