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재활용 합법화’ 행정예고
비료ㆍ사료업체 반발에 처리 늦어져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를 두고 정부와 관련업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대란’에 이어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촌진흥청과 환경부가 엇박자를 내는 등 안일한 대응으로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건식분말로 만들어 비료로 재활용하는 방식의 합법화가 늦어지면서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쓰레기처리시설에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건조분말이 쌓여가고 있다. 송파구 소재 음식물류 폐기물 공공처리시설에만 2,000톤이 넘는 건조분말 포대가 쌓여있는 상태다. 송파구 관계자는 “건조분말 유통이 안 되면서 창고 임차 비용이나 물류 비용 등 부담이 심각하다”며 “송파구 시설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음식물류 폐기물 문제는 지난해 11월 농진청이 음식물류 폐기물을 유기질비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비료관리법상 ‘비료 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그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유기질비료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었으나 법을 개정해 이를 합법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비료업계와 사료업계의 반발로 고시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전문가 견해와 음식물 쓰레기는 농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는 농민의 반발이 충돌하면서 고시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기에 농진청이 고시취지와 정반대로 음식물 쓰레기를 유기질비료로 사용한 업체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들어가면서 건조분말 재고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농진청은 당장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유오종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팀장은 “건조분말이 더 쌓이면 보관 비용이 더 들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지난해 ‘재활용 폐기물 대란’ 같은 ‘대란’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활용업계에선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200톤 가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유기질비료로 사용돼 온 것으로 보고 있어 음식물 쓰레기 건조분말이 재활용되지 않을 경우 지자체에 쌓이는 건조분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의 고시안 처리가 늦어지는데도 환경부는 송파구 등에 건조분말이 쌓이자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서는 등 주무부처 간의 엇박자와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류 폐기물은 하루 평균 1만4,388톤으로 이 가운데 93.6%가 재활용된다. 전체 42.7%가 사료화 시설로, 28.8%가 퇴비화 시설로 보내진다. 사료화 시설에 만들어지는 사료는 습식사료와 건식사료로 나뉘는데 최근 들어 위생 문제로 닭과 오리 등에 습식사료를 주는 게 금지됐고 최근엔 아예 동물 사료로 쓰이는 걸 금지하는 입법 발의가 진행 중이다. 이런 이유로 건조분말은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 반발로 창고에 쌓이는 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조속히 고시 개정이 완료되도록 해 음식물류 폐기물이 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성지원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은 “앞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해 전국의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 현황을 파악할 것”이라며 “관련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고시 개정에 따른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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