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로… 10년 만에 수성구에도 ‘선착순’ 등장
정부의 부동산규제 여파 속에서도 선전해온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성구 일부지역에서도 ‘잔여세대 선착순 접수’가 등장하는 등 수성구 불패신화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수성구에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를 전후해 분양했던 물량이 소진된 이후 선착순 접수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감정원이 실시한 2월 기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가 지수는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대구는 서울 부산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시세가 약세를 보일 때도 상승세를 지속해왔던 곳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3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도 대구지역 부동산시장이 침체국면에 들었음을 보여준다. 대구지역 HBSI는 83.3으로 전월 94.8보다 11.5p나 빠졌다. 전국평균 69.2보다는 높지만 지난달까지 90선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강국면이 분명해 보인다. HBSI는 85 미만이면 하강국면, 85~115이면 보합, 115 이상이면 상승국면으로 본다.
수성구 지역 침체 조짐은 지난해부터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분양 단지마다 청약률은 매우 높았지만, 일부 단지에선 미계약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분양한 수성구 범어동 한 아파트단지는 50여세대의 미계약이 발생, 선착순 접수를 통해 소진했다. 지난해 8월에 분양한 파동의 143세대 규모 타운하우스는 지금도 ‘잔여세대 분양’ 중이다.
기존 아파트도 약세가 확연하다. 지역 공인중개사업계에 따르면 수성구지역 아파트는 1억 이상 낮춰 불러도 전화 한 통 없을 정도이다. 지나치게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실제 거래는 거의 중단 상태나 마찬가지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 이사는 “수성구지역은 아직 청약열기는 뜨겁지만 입지여건이나 층, 방향 등에 따라 계약을 포기하는 경향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대책 여파로 대출규제가 심한데다 분양가가 너무 올라 분양권 프리미엄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블루칩’으로 통하는 수성구 아파트 시장은 내달 중으로 예상된 범어네거리 ‘수성범어W’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이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수성범어W는 2015년 ‘반값 아파트’를 내세우며 시작한 지역주택조합이다. 2017년 IS동서로 시공사가 변경됐고, 교통 학교 부지확보 등의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대구시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아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역대 최고인 3.3㎡당 2,400만~2,500만원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분양가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인근 지역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매매호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체 분양 규모가 1,868세대에 달하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수성구 지역에 대한 분양권 수요는 아직 일부 남아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인다”며 “지금은 거래가 사실상 중단 상태나 마찬가지인데,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수성구 지역 부동산 투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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