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구금 중이던 인도네시아 여성을 말레이시아가 석방하자, 같은 혐의로 구금된 베트남 여성 아버지가 자신의 딸도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김정남 살해 혐의 공범으로 구금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의 아버지 도안 반 타인은 VOA 베트남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석방된 것은 좋은 일”이라며 “(자신의) 딸도 석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베트남 정부와 외교부에 흐엉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흐엉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는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몰래카메라 영상인 줄 알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에 "아이샤는 (북한에) 속았으며, 북한의 첩보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며 아이샤의 석방을 요구했고, 토미 토마스 말레이시아 법무장관은 전날 이를 받아들여 석방을 결정했다. 기소 취하 및 석방 결정 이유는 공개되지는 않았다. 다만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북한과의 외교 정상화를 바라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풀이가 힘을 얻고 있다.
아이샤는 암살 사건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전날 자카르타 할링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휘말린 경위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아이샤는 귀국 전 주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대사관 및 외무부에서 한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말레이시아 당국의 ‘함구령’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흐엉의 변호인은 아이샤만 석방된 것은 불공평하며 흐엉도 아이샤와 같은 조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흐엉에 대한 재판은 오는 14일부터 계속된다. 다만 말레이시아 정부가 해당 사건을 사실상 덮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흐엉 역시 조만간 석방될 가능성도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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