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예술가 토마 뷔유 방한
6호선에 캐릭터 ‘무슈 샤’ 그려
“실제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그림을 그린 건 저도 처음이에요. 지하철 움직임에 따라 몸도 같이 흔들려서 진짜 그라피티(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거리예술)를 하는 것 같네요.”
12일 오후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노란 고양이 가면을 얼굴에 쓴 한 외국인 남성이 나타났다. 파리 퐁피두 광장 바닥에 ‘세계에서 가장 큰 고양이’ 그림을 그려 주목을 받은 거리예술가 토마 뷔유(Thoma Vuille)다. 이날만큼은 달리는 6호선 열차의 한 쪽 벽면이 그의 캔버스다. 그는 “나는 철학자가 아니고 화가이기 때문에 그림으로 표현을 할 뿐”이라며 “서울과 고양이가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 즉흥적으로 그려보겠다”고 말했다.
응암순환행 열차 맨 앞 칸에 올라탄 그는 가로 2m87㎝, 세로 2m18㎝ 크기의 흰 벽에 거침없이 손을 놀렸다. 3분 만에 입에 빨간 하트를 문 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옆에는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 ‘무슈 샤(M.Chat)’라는 ‘웃는 고양이’도 그려졌다. “현실에서는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지만 제 그림 속에서 이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새가 입에 하트를 물고 있잖아요. 평화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출렁이는 물결 위를 항해하는 배도 그려 넣었다. 돛대에는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라는 라틴어 문구가 적힌 깃발이 달렸다.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중세 파리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는 주로 평화와 정의, 평등이라는 의미를 그림에 담아왔다.
이태원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응암역을 돌아 이태원역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도 계속된 그의 작업은 1시간 20분 만에 끝이 났다. “예술은 사람을 한 군데로 모으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작업으로 함께 모여 그림의 의미를 공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운행 중인 지하철 안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국내에서도 첫 시도였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토마 뷔유를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오는 16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시회 ‘무슈 샤 고양이전(展)’을 앞두고 방한한 토마 뷔유도 기꺼이 응했다. 토마 뷔유는 지난 5일에도 2ㆍ6호선이 지나는 합정역 5번 출구 빈 광고판에 웃는 고양이 그림을 그렸다. 고양이 뒤에는 서울의 남산타워와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자리잡고 있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부대사업처장은 “평화, 정의, 평등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서울과 파리, 두 도시를 연결시킨 그림이었다”며 “그의 작업들을 시민들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지우지 않고 영구 보존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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