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보잉 737 맥스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숨진 사고 때문에 항공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행이나 출장을 앞둔 시민들은 자신이 탈 항공기 기종을 점검하거나 항공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한다. 항공 사고의 빈도는 다른 교통수단의 사고보다 사례가 드물지만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 손실이 초래되는 만큼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항공 관련 사이트 트래블어웨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공사’와 ‘가장 위험한 항공기’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가장 위험한 항공사는 고려항공”
트래블어웨이츠는 가장 위험한 항공사로 북한의 고려항공을 1순위에 뒀다. 다른 항공사와도 달리 고려항공은 사망 사고를 일으킨 전력도 없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인증도 받았다. 외견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항공사로 보이지만 우선 국적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려항공은 2006년 EU 취항 금지(EU Ban) 조치를 받았다. 안전 문제가 이유다. 고려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안토노프와 투폴레프, 일류신 등 구소련과 러시아제 기종이 전부다. 러시아제 항공기들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가 생산한 항공기들에 비해 안전 및 편의성 측면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 평가 사이트인 스카이트랙스도 고려항공에는 별 한 개를 줬다. 아시아나항공이 별 5개, 대한항공은 별 4개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고려항공 다음으로는 남미 수리남 기반의 블루윙이 꼽혔다. 2009년 만들어진 이 회사의 최근 10년 간 세 건의 사고가 이유다. 그 중 두 번의 사고에선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사고들 때문에 블루윙은 고려항공처럼 EU 취항 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취항지가 남아메리카 인접국에만 한정돼 있어 그 여파는 크지 않다. EU 소속국인 프랑스의 해외영토인 프랑스령 기아나 정도에 취항이 금지된 상태다. 블루윙 측은 억울한 기색이다. 취항 공항의 열악한 환경이 사고의 이유였다는 주장이다.
3위와 5위에는 네팔 국적 항공사들이 자리했다. 네팔의 플래그캐리어인 네팔항공과 예티항공이다. 이 두 항공사가 위험 평가를 받은 것은 지리적 영향이 크다.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을 타고 넘는 항로가 대다수며, 그 여파로 기상 상황도 널뛰기를 거듭한다. 2014년 네팔항공 여객기가 산에 추락해 18명이 사망한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악천후와 승무원의 실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예티항공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평가에서 ‘부족’ 평가를 받았다. EU 취항 금지 조치는 물론이다. 하지만 네팔에서 가장 넓은 항공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네팔을 찾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의 트리가나항공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네시아에선 몇몇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EU 취항 금지 조치 대상이다. 트리가나항공도 그 중 하나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발생한 트리가나항공의 주요 사고 14건 중 10건에서 수리 불가능한 동체 전손이 발생했다. 2015년 파푸아에서 발생한 추락사고에선 승객 49명과 승무원 5명 등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바 있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 위원회(NTSB)는 기체의 지상접근 감지 센서의 오류와 조종사의 실수가 겹쳐 발생했다고 사고 이유를 분석했다.
◇구소련 시절 항공기가 ‘위험 1순위’
위험한 항공기 순위에는 구소련과 동구권 출신 항공기들이 명단에 올랐다.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 등에 밀려 이제는 몇몇 국가에서만 운용 중이지만 아직 현역인 만큼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투폴레프사의 Tu-154 기종은 지난 10년간 7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Tu-154는 구소련 시기인 1968년 첫 비행을 시작해 2012년까지 923대가 생산됐다. 소련 및 공산권 국가에서 민간용과 군용으로 널리 쓰였다. 북한의 고려항공도 1983년 생산된 기종 1대를 현역으로 유지 중이다. 평양에서 중국 베이징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Tu-154는 냉전 시기 군용으로 사용될 때 서방측이 붙였던 별칭 ‘부주의(careless)’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유난히 사고율이 높은 기종이기도 하다. 1970년 이후 100건이 넘는 심각한 사고가 보고됐고 그 중 69건에서는 기체 손실이 일어났다. 연이은 사고 탓에 중국조차 2002년 해당 기종 전면 퇴출 조치를 내렸다. 2002년 독일 위버링겐 상공 공중충돌 사고에서도 Tu-154가 연관됐고 2016년 12월 러시아 소치에서 시리아로 가던 러시아 공군 소속 Tu-154기는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탑승자 92명이 전부 사망하기도 했다.
역시 구소련 시기에 개발된 일류신의 IL-76도 위험한 항공기로 지목됐다. 1974년 개발된 이 항공기는 처음에는 군용 수송기로 개발됐다. 이후 개조를 거쳐 민간 수송기나 여객기로 운용되기도 했다. 2018년 4월 11일엔 알제리 북부 부파리크 공군기지 인근에서 알제리 공군 소속 IL-76기 추락 사고가 대표적 사고 사례다. 해당 사고로 최소 247명이 숨졌다고 알제리 국방부는 밝힌 바 있다.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북한 측 장비를 옮긴 고려항공 수송기가 IL-76기종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체코슬로바키아의 L-410과 구소련 안토노프의 AN-32 등의 기종이 ‘위험한 항공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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