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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이 뒤따라왔다" 보잉 사태에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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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이 뒤따라왔다" 보잉 사태에 자화자찬

입력
2019.03.14 16:48
수정
2019.03.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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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마침내 미국이 중국의 뒤를 따르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보잉 737 맥스 기종의 비행중단을 선언한 14일 중국 환구시보는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한 것이기는 하나 그간 미국에 짓눌렸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 이어 “미국은 보잉 737 맥스의 운항을 중단한 마지막 멤버가 됐다”고 조롱하면서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중국이 먼저 비행을 중단한 것에 칭찬이 넘쳐나는 반면, 미국은 더 이상 여러 방면에서 선두주자가 아니라는 점이 감지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아울러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보다 늦더라도 행동에 나선 게 낫다”며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반응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모양”이라고 비꼬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해 화살을 겨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전세계는 중국 국민의 결정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특히 항공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 연방항공청(FAA)을 거론하며 “과거 FAA가 결정을 내리면 전세계가 따라갔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저 앉을 정도로 각국이 먼저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고 중국이 내린 결정의 정확함을 입증했다”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또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인용, “FAA의 권위가 더 이상 유일하지 않다는 점을 또렷이 보여줬다”며 “사고의 비극은 통탄할 일이지만 이후 세계 항공지형이 심대한 변화를 겪으면 아마도 수년 후에 우리는 혜안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처럼 잔뜩 고무된 것은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표준 경쟁에서 미국을 압도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여태껏 미국은 최첨단 기술과 경제성을 앞세워 글로벌 항공시장을 장악한 반면, 중국은 기술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안전성을 강조하며 저만치에서 뒤따라왔다.

하지만 보잉 사태로 단번에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의 우위가 입증됐다. 가뜩이나 5G 기술경쟁과 화웨이 사태 등으로 궁지에 몰리던 중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22일쯤 유럽 순방에 나서는데다 4월에는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등 전세계 40여개국 정상을 초청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할 예정이어서 절묘한 타이밍에 중국 세일즈에 적극 나설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날 선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 신경보는 “점점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 정신착란 증후군’(TDS)이라는 신종 유행병에 걸리고 있다”며 “트럼프를 혐오하다가 정신과 이성을 잃고 논리도 무시하는 심리상태”라고 꼬집었다. 제멋대로 정책을 바꾸는 통에 국민들이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37 항공기 사고 이후 제조업체인 보잉사를 줄곧 옹호하다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돌연 운항 중단을 알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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