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특위 발언 논란에 “제대로 됐어야”
“손혜원 의원 부친을 보라”고 화살 돌려
‘독립유공자 재조사는 국민 분열’ 입장 고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5일 ‘해방 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했다’는 발언으로 역사인식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 부분이 잘 됐어야 됐다”고 한발 물러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국가보훈처가 친일행위를 하고도 독립운동자 행세를 하는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기 위해 재조사를 하겠다는 것을 두고는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며 ‘친일청산=국론 분열’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 전날 반민특위 발언과 관련해 “한마디로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 이런 얘기가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 부분이 잘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게 손혜원 의원 부친 사건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화살을 손 의원에게 돌렸다.
나 원내대표는 “손 의원 부친이 6번 독립 유공자 신청했다 떨어졌는데 이번에 전화로 접수했는데 됐다는 것 아니냐”라며 “대한민국에 자유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방해한 활동을 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조선공산당 활동, 남파되어 조선 공작활동을 하고, 이렇게 보고서가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행자가 ‘손혜원 의원 부친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대로 따로 이야기를 해야 될 문제고 반민특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묻자, 나 원내대표는 “그(반민특위) 활동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활동이 제대로 됐어야 한다”면서도 “그런데 그(반민특위) 이후에 큰 국론 분열이 온 것처럼 지금 다시 과거를 헤집으면서 좌익 활동을 한 분 중에서 결국은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는 것을 반대했던 분들까지 대거 포함시켜서 또다시 과거 문제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반민특위로 국론 분열이 왔기 때문에 독립유공자 재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진행자가 다시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라고 묻자, 나 원내대표는 “빨갱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친일이다. 이걸 등치(等値) 시키고 친일은 우파다, 이게 이렇게 해서 역사 공정을 하는데 지금 이러한 과거로 가는 것이 맞겠느냐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시점에 또다시 그런 문제로 결국은 사실상 해방 이후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게까지 독립 유공자 서훈을 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을 말씀 드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다. 하지만 친일 청산에 미온적인 이승만 정부와 친일파들의 노골적인 반대로 1년 만에 와해됐다.
여야 정치권은 나 원내대표의 역사 인식을 강력히 성토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나경원 의원은 아베 총리 수석대변인인가요?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지, 친일매국당 대표하는지 모르겠네요”라고 힐난했다. 이어 “이제 태극기 부대에 미국 성조기뿐만 아니라, 일장기까지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고 밝혔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한국당 국회의원 나경원은 토착왜구란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며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고 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