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연설문 4차례 회의 공들여 손해 안 봐… 민주당은 “상대 전략에 말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대치 양상이 어렵게 문을 연 국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양측은 ‘혐오정치’ ‘공포정치’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모자라, 상대 지도부를 겨냥한 국회 윤리위원회 맞제소로 출구가 안 보일 정도의 극한 대결로 치달았다. 선거제 개혁문제로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거대 정당은 이번 충돌로 상당 기간 냉각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 양측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려는 평론가들의 수군거림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번 주 양측의 갈등을 국회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세계적인 화가(화가)=한국당을 제외하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인가요.
여의도 혼술(혼술)=민주당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당연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고 말한 건 남북관계에 공을 들여온 민주당 입장에선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힘겹게 끌고 온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비하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이 화를 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당 탐구생활(탐구생활)=지나친 측면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당 측이 밝혔고 전후 맥락을 통해 알 수 있듯 해당 발언은 외신 기사를 인용한 발언이었죠. 유감 표명 정도로 충분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주당의 조직적이고 과도한 반응에 거부감을 느꼈다고 성토한 이들도 상당합니다.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E구역)=정치적 금도를 넘었죠. 품위를 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택한 것이라 보이네요.
화가=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과거 ‘귀태’(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발언으로 사과하고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난 적이 있는데, 민주당에선 나 원내대표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혼술=참여정부 때인 2003년 일본 순방을 마치고 온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등신 외교”라고 막말을 퍼부은 당시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국가원수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논란이 커지자 이튿날 고개를 숙였습니다. 홍익표 의원도 2013년 ‘귀태’ 여파로 이튿날 대변인 직에서 사퇴했고요. 나 원내대표도 당연히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화가=나 원내대표의 발언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단상에까지 올라가 항의하고 연설을 가로막은 게 더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여당 내부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나요.
홀리데이 핫초코(핫초코)=여당 의원 몇몇은 당일 본회의장에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도부를 말리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결국 막말하는 한국당이나 고성으로 회의를 방해한 민주당이나 국민 보기에는 똑같이 꼴불견이 됐다는 아쉬움이 나옵니다.
탐구생활=나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연설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연설문 작성을 위해 외부 전문가, 의원들의 지원 속에서 네 차례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죠. 작심한 상태에서 발언을 쏟아낸 나 원내대표와 달리 민주당의 대처는 우발적인 측면이 강했죠. 민주당 내부에서도 상대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이 나와요.
화가=국회 윤리위에 상대 지도부를 맞제소까지 했는데, 실제로 징계할 수 있을까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희박하죠. 실제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도 “징계 가능성이 낮은데 굳이 맞불을 놓을 실익이 있느냐”는 반론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제소하고 보자”는 목소리에 묻혔다고 하네요. 윤리위 제소가 단순 정쟁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죠.
E구역=상대 지도부를 윤리위에 넘기는 정치적 액션을 세게 취했지요. 징계하기에는 둘 다 명분이 약하죠. 시간이 지나서 징계안이 폐기되거나 양쪽 합의로 취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꺼진 불도)=사실상 없다고 봐야 해요. 징계안이 제출되면 ‘윤리특위 상정→윤리심사자문위 심사→윤리특위 의결→본회의 상정→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기나긴 여정을 거쳐야 해요. 20대 국회 종료일까지 본회의 상정이 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아요.
화가=양측은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로 무엇이 거론하고 있나요.
탐구생활=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보입니다. 나 원내대표의 공격적 연설은 차기 대선이나 서울시장 선거를 대비한 존재감 과시의 성격도 있죠. 현재 정치 지형이 보수ㆍ진보 구도로 굳어지고 있는 데다 나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당분간 출구를 찾기 힘들 겁니다.
꺼진 불도=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지도부까지 윤리위 제소 당사자가 됐으니까요. 윤리위 맞제소를 한 사람들끼리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렵다고 봐요.
찍고=한국당은 협상 카드가 없어요. 손혜원 의원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결국 3월 국회 소집을 나서서 선언한 것도 출구전략이 없었기 때문이죠.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 추진되면 원내외 투쟁을 병행해 여론전을 펼칠 계획 같아요.
화가=이번 사태의 시시비비를 떠나 한국당은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지지층 결집효과가 있는 건가요.
꺼진 불도=솔직히 한국당에게 이번 사태는 ‘백익무해’(百益無害)예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어차피 하고 싶지도 않은 선거제 개혁이었는데 윤리위 맞고소로 핑계가 좋아진 것이고요. 지지층 사이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사이다 발언’을 했다며 열광하고 있어요.
탐구생활=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이게 먹히는 구나’라는 학습 효과가 생겼다고 봅니다.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확산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거죠. 내년 총선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많은데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한국당의 극보수 결집, 극단화 전략이 공당으로서의 확장성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죠.
찍고=단기적으로 지지층 결집효과는 확실히 있었죠. 하지만 중도층 흡수나 내년 총선 승리에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한국당 안에서 나옵니다. 특히 나 원내대표가 연설이 끝난 뒤 개선장군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쥔 모습은 지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반감을 사기 충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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