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원내대표, 한국당 의원총회서 “반민특위가 국민 분열시켜” 주장
여야 “독립유공 영령에 사죄하라”… 羅, 잇단 강경 발언에 수세 몰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해방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거듭 주장해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친일청산이 흐지부지된 불행한 현대사를 도외시하고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발언으로 강성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듯하더니 다시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다.
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반민특위 활동은 잘 됐어야 했지만 결국 국론분열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재심사와 관련해 “가짜 유공자가 있으면 들어내는 게 맞지만, 좌익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유공자를 대거 포함시키겠다고 한다”며 “해방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 세력에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주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반민특위 활동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다. 해방 후에 이런(반민특위) 부분이 잘됐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반민특위 활동 이후 국론분열이 왔다는 기존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헤집으며 좌익 활동을 하고 자유민주주의 정부 수립을 반대한 분까지 (독립유공자에) 포함하는 건 다시 분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라고 거듭 주장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1948년 만들어진 특별위원회다. 하지만 친일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이승만 정권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1년 만에 와해됐다. 이에 반민특위에 의해 친일 행적이 파악돼 재판까지 간 경우는 221건이며, 투옥을 포함해 실제 처벌된 경우는 14명에 그쳤다.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부역자 4만여명을 투옥시키고 9,000여명을 처형한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다. 진보 역사학계에서는 반민특위의 친일청산이 흐지부지되면서 70년간 친일파가 정ㆍ재ㆍ관계와 군부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한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나 원내대표의 역사 인식을 강력히 규탄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나 의원은 아베 일본 총리의 수석대변인인가.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지, 친일매국당을 대표하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나 의원은 토착왜구란 국민들의 냉소에 스스로 커밍아웃했다”며 “국민을 분열시킨 것은 반민특위가 아니라 친일파들이었다”고 지탄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5ㆍ18을 부정하더니, 이제는 반민특위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나 의원은 독립유공 영령과 국민 앞에 통렬히 사죄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제1야당 원내대표를 향한 친일매도 비판과 단어 선택이 도를 넘고 있다”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가 반드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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