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49명 사망… 무슬림 혐오 범죄 추정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사원(모스크) 두 곳에서 잇따라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49명이 숨졌다고 뉴질랜드 당국이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현재까지 남성 3명, 여성 1명 등 용의자 4명이 체포됐다. 용의자 중 한 명이 사건 발생 전 ‘백인의 미래를 위한 침략자 공격’이라며 반(反)이민 성명서를 공개한 것 등으로 미뤄볼 때 백호주의(백인 이외 인종의 호주이민을 제한하는 정책) 혹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무슬림 혐오 범죄로 추정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 40분쯤 크라이스트처치 중심 알 누르 사원과 교외의 린우드 사원에서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총기 난사 테러가 발생했다. 마이크 부시 뉴질랜드 경찰국장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사망자가 49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사고 수습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고 당시 알누르 사원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사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봤고, 그 후 30여 회 총성을 들었다고 외신에 설명했다. 이후 사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달아났으며, 검은 옷의 남자는 구급차가 오기 전 도주했다. 총격 당시 알누르 사원은 기도를 드리려는 무슬림들로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의 대다수인 41명은 알 누르 사원에서 발견됐다.
뉴질랜드 경찰은 총격 사건에 연루된 남성 3명과 여성 1명을 체포했으며, 현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범인의 차량에서 2개의 사제 폭발물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체포된 4명에 대해 “1명은 주범이고 공범이 2명이며, 나머지 1명은 범행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뉴질랜드의 안보 위협 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슬람 사원의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현재 지역 내 모든 학교와 의회 건물은 봉쇄된 상태다.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서는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가 희생자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이 기록된 동영상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 차량으로 이동해 자동 소총을 꺼내 사원에 진입한 뒤 총을 난사하는 17분간의 장면이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됐다.
그는 범행 수시간 전 온라인으로 공개한 73쪽 분량의 선언문에서 “외국인의 유럽 공격에 대한 복수”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노동자 계층의 평범한 호주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서 “백인들이 살아있는 한, 침략자(이민자)들이 우리 땅을 정복하고 백인의 설 자리를 빼앗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오후 그가 호주 시민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극우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아던 총리는 긴급 성명에서 “(오늘은) 뉴질랜드 사상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이라며 이번 사건을 “극심하고 전례없는 폭력 사건”라고 규정했다. 에이미 아담스 크라이스트처치 지역구 의원 역시 “이 같은 혐오(범죄)에는 어떤 정당화도 있을 수 없다”며 비판했다.
2013년 뉴질랜드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무슬림은 뉴질랜드 인구의 약 1%를 차지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던 총리는 “피해자들 중 많은 이들이 뉴질랜드에 온 이민자일 것”이라면서 “난민일지도 모르는 이들은 새로운 고향을 찾아 뉴질랜드에 왔고, 실제로 뉴질랜드는 그들의 집”이라고 밝혔다. 또 “이민자들은 곧 우리와 같다. 폭력을 저지른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한편 외교부는 “현재까지 접수된 한국인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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