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 쉽지 않다” 난색… 부실학회 참가자 징계도 대학에 떠넘겨
지난해 7월 와셋, 오믹스 사태가 불거진 뒤 교육계 안팎에선 정부가 나서 부실학회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징계 방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에 대한 관련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관계 당국은 “자칫 연구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며 개입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보다 강력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제2의 와셋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관계당국은 비트 그룹 학술행사에 들어간 국가예산 회수는커녕 정부 차원의 규모 파악 자체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비로 와셋 및 오믹스 주관 부실학회에 참가한 연구자들에 대한 출장비 회수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다른 학술 행사로 이를 확대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부실학회를 솎아내고 예산을 회수하는 편익보다, 정부 전수조사로 학계가 위축돼 자유로운 학술 활동에 지장이 생겨 발생하는 비용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정부는 부실학회를 걸러내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나 해외 동향들을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선 부실학회와 그렇지 않은 학회를 구분해 명단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와셋ㆍ오믹스 사태 이후 일종의 ‘화이트 리스트’와 ‘블랙 리스트’를 달라는 연구자들의 요구가 많다”며 “부실 학회가 건실한 학회로 성장하기도 하며, 정상적인 학회가 부실 학회로 전락할 수도 있기에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여러 부실 학회 중 오믹스만 제소한 것도,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12월 각 대학 측에 부실학회 참가자 징계를 권고했는데 당시 “조사와 검증을 대학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실학회 정의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 학회를 일일이 가보지 않고서야 정부 차원에서 부실학회 여부를 규정하는 건 현재로선 무리”라며 “학계 내에서 부실학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징계 조치 결과와 개선방안 등을 종합해 발표할 계획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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