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이 오기 전 카레이서 김학겸과 함께 푸조 308 GT(EAT6)를 시승한 기억이 있다.
당시 김학겸은 푸조 308 GT EAT6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참을 푸조 308 GT와 함께 달린 김학겸은 ‘푸조 308 GT가 왜이리 알려지지 않았을까?’라고 되물을 정도로 만족했었고, 디젤게이트 사태 때 푸조 308 GT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면 아마 ‘매력적인 디젤 해치백’이라는 자리를 확실히 잡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보다 더 적극적인 어필과 홍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차량이 그렇듯 푸조 308 GT 또한 완벽하지 않았다. 실제 김학겸은 EAT6로 명명된 6단자동 변속기가 조금 아쉽고, 또 디젤 엔진 고유의 반 템포 늦은 반응이 있었다는 아쉬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덧붙여 당시 시승을 마치며 ‘서킷에서 타면 즐거울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남기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18년의 겨울, 김학겸은 새로운 변속기를 탑재한 푸조 308 GT EAT8과 함께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게 되었다.
과연 김학겸은 푸조 308 GT EAT8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조금 다른 푸조 308 GT EAT6와 푸조 308 GT EAT8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푸조 308 GT EAT8은 기존의 푸조 308 GT EAT6와 비교했을 때 생각보다 많이 변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테크니컬 데이터나 상세한 사양 문서를 살펴보고 싶을 정도로 변속기를 비롯해 차량의 거동이나 시트 포지션 등에서 기존의 푸조 308 GT EAT6와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전 시승에서 일반 도로를 달리며 경험했던 푸조 308 GT EAT6의 매력과 90% 이상 일치하는 요소들이 충분히 느껴지면서도 새로운 변속기아 얼마나 똑똑하고 또 서킷에서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제스피디움과 궁합이 좋은 파워트레인
블루 HDi 2.0L 디젤 엔진이 내는 177마력의 출력은 인상적인 수치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디젤 차량에게 있어서 출력보다 중요한 게 바로 토크다. 308 GT EAT8은 40.8kg.m의 제법 ‘두터운 토크’를 선사한다. 덕분에 인제스피디움의 오르막 구간이나 연속된 코너를 빠져 나온 후에 충분한 준수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후술할 부분이지만 차량의 전체적인 밸런스나 거동이 좋은 편이라 전체적으로 높은 속도를 유지하며 서킷을 달릴 수 있어 만족감이 좋았다. 물론 운전자가 어떤 목적을 두고 서킷을 달리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푸조 308 GT EAT8의 출력과 기어비는 인제스피디움에서 스포츠 드라이빙과 펀 드라이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것 같아 ‘합이 좋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디젤 엔진이기 때문에 아주 기민하거나 날카로운 반응성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엔진의 회전 질감이나 회전 시의 청각적인 만족감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덧붙여 푸조 308 GT의 센터 터널에 자리한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를 통해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드라이빙의 재미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가상 사운드가 실내 공간에 울려 퍼지면서 달리는 즐거움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포츠 모드를 바꾼다고 ‘엑스트라 부스트’가 더해지거나 차량의 성향이 대대적으로 변화하는 건 아니었다.
8개의 기어 비를 가진 변속기는 인제스피디움에 잘 어울린다. 기존 6단 변속기가 발진, 가속 상황에서 조금 굼뜨거나 변속 시에 살짝 고민을 하는 모습에 답답할 때가 있었는데, 새로운 8단 변속기는 주행 상황에 따라 제법 빠르고 경쾌하게 변속을 하며 차량의 움직임에 더욱 생기를 더한다.
게다가 변속기의 기어 비가 인제스피디움 각 구간을 달리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푸조 308 GT EAT8은 ‘GT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100% 전력을 다하는 스포츠 모델은 아니다. 실제 주행을 하다보면 토크 컨버터 방식이라 그런지 다운시프트는 조금 소극적인 부분이 느껴진다.
날렵한 해치백의 움직임
푸조 308 GT EAT8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차량을 다루는 즐거움’에 있다.
푸조 특유의 컴팩트한 사이즈와 만족스러운 파지감을 자랑하는 스티어링 휠은 즉각적이면서도 가벼운 반응으로 차량을 민첩하게 움직이게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노면의 피드백 등과 같은 손 맛에서도 상당히 명쾌해 서킷은 물론이고 와인딩 코스에서도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컴팩트한 차체와 디젤 엔진, 그리고 전륜구동이라는 특성은 결국 차량의 앞 부분이 무겁다는 이야기인데, 막상 푸조 308 GT EAT8와 함께 인제스피디움의 각 코너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차량의 앞부분이 무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마치 리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흘려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푸조 308 GT EAT8이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소프트’하고 또 ‘경쾌한’ 느낌이라는 점고 함께 서킷 주행에서도 그 제동력과 내구성이 유지되는 브레이크 성능을 갖췄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말 그대로 ‘랠리’의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제 푸조 308 GT EAT8는 차체 대비 제법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을 통해 생각보다 상하 운동이 큰 차량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스펜션의 반응이나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하고, 코너를 파고드는 상황에서 롤이 생기더라도 막상 코너링 한계는 상당히 높아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파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전 시승에서 느꼈던, 푸조만의 드라이빙은 트랙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코너 진입 전, 무게 중심을 먼저 옮겨 놓고 마치 ‘코너로 차량을 날리듯’ 진입해보면 푸조만의 독특한 코너링 퍼포먼스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정말 그 순간 푸조의 모터스포츠, 특히 랠리 무대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GTi를 그립게 하는 요소들
이렇게 만족스럽고 재미있는 차량이지만 분명 아쉬움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차량의 기본적인 하체 셋업이 상하 운동이 크고, 가벼운 편이라 강한 제동 상황에서는 후륜이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을 미리 숙직하고 있다면 이를 활용해 조금 더 리드미컬한 코너링의 시도도 가능한 부분이라 단점이라 낙인 찍긴 어렵다.
하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위화감’을 느낄 우려가 있고, 또 작은 실수로도 스핀이나 코스 이탈의 위험이 있으니 ‘충분한 연습과 숙달’이 요구된다.
게다가 차량의 밸런스나 전체적인 셋업이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조금 더 고성능의 파워트레인을 요구하는 ‘출력의 갈증’을 느끼게 된다. 정말 서킷을 달리기 시작하니 푸조 308 GT EAT8가 아닌 유럽에서 판매 중인 265마력의 터보 엔진과 수동 변속기를 조합한 푸조 308 GTi를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거듭 피어났다.
이와 함께 실내 공간에서도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인 체감의 차이일지 모르겠지만 기존 푸조 308 GT EAT6보다 시트 포지션이 살짝 높아진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헬멧을 써야 하는 서킷에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리고 스포츠 스타일의 시트가 트랙 위에서는 홀딩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달리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푸조 308 GT EAT8
푸조 308 GT EAT8는 대대적인, 혹은 하드코어한 스포츠 모델은 아니다.
일상을 위한 해치백이면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차량이라는 점에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일상에서 편하게 타다가도 트랙 위에서 전력을 다할 수 있는 그런 양면성을 ‘푸조만의 감성’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정말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카레이서 김학겸(준피티드 레이싱) / 인제스피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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