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 퇴원 사실을 환자 동의 없이 관련 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일명 임세원법)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고(故) 임세원 교수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의료기록 관리를 철저히 하는 내용의 법안이 3건 발의됐다. 정신과 전문의가 자해 또는 치료중단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거나 입원 전 특정범죄 경력이 있는 환자에 대해선 환자의 동의 없이도 의료기록 및 범죄전력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인권위는 비정신 장애인에 의한 범죄율(1.4%)이 정신장애인(0.1%)에 견줘 15배 높다는 통계를 인용해 개정안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이 모든 입ㆍ퇴원 환자에 대해 특정 강력 범죄전력에 대한 조회요청을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조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유엔총회에서 결의된 ‘정신장애인 보호와 정신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원칙’(MI원칙)을 근거로 들며 “개정안이 국제사회는 물론 국내법 체계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MI원칙은 과거 치료나 입원 기록이 현재 또는 미래의 정신질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치료에 대한 비밀이 존중돼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인권위는 “정신건강센터 요원 1명당 평균 70~100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인력보강 같은 근본 해결책 없이 환자의 퇴원사실만 공유한다고 해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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