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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정신병원 갈 정도로 피해자 압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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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정신병원 갈 정도로 피해자 압박하라”

입력
2019.03.21 18:00
수정
2019.03.21 22: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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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감사, 82건 비위 적발

거취 거론하며 ‘폭행 합의’ 협박

불법 특혜ㆍ금품 수수 등 비리세트

교육부, 중징계 요구ㆍ검찰 고발

전명규 한국체대 체육학과 빙상부 교수가 지난 1월 빙상계 성(폭력)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명규 한국체대 체육학과 빙상부 교수가 지난 1월 빙상계 성(폭력)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빙상계 대부’라 불리는 전명규(56) 한국체대 체육학과 빙상부 교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폭행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교육부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졸업 후 거취’를 거론하며 피해 학생 측에 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등 협박도 일삼았다. 교육부는 전 교수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21일 제5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지난달 11일부터 약 한 달간 감사단 14명을 투입해 실시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감사로 한국체대에서만 총 82건의 비위 행위가 적발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 교수는 조 전 코치가 자신이 지도하던 사설 강습팀 학생들을 수 차례 폭행해온 사실이 알려지자 지인들을 동원해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피해학생을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협박방식은 집요하고 교묘했다. 지난 1월 대학 측에서 피해학생과의 격리 조치를 통보했음에도 피해학생과 세 차례나 만났고, 피해자 동생이 한국체대 쇼트트랙 선수인 점을 이용해 피해 학부모에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빙상연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를 앞두고는 피해학생 아버지를 만나 ‘졸업 후 실업팀 입단’ 등을 들먹이며 감사장에 출석하지 말 것을 회유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계 (성)폭력 사태가 불거진 뒤 교육부 감사가 진행된 지난 1, 2월까지도 피해자들과 접촉해 압박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또 국유재산인 빙상장을 입찰과정을 거치지 않고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설 강습팀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등 특혜도 일삼았다. 조 전 코치에게는 2011년 이전부터 빙상장 내 락커룸과 샤워실을 전용공간으로 제공했는데, 조 전 코치는 이 공간에 잠금 장치를 설치해 코치실로 사용했다. 교육부는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조 전 코치가 선수들을 폭행한 곳도 바로 이 락커룸과 샤워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스케이트 구두 24켤레(5,100만원 상당)가 가짜 제품으로 납품됐는데도 정품으로 검수하고 업체에 대금을 지불토록 하거나 제자들이 훈련용으로 협찬 받은 400만원대 사이클 두 대를 가로채기도 했다. 제자인 대한항공 빙상팀 감독에게 스튜어디스 면접 지원자 정보를 보내 취업을 청탁한 사실도 적발되는 등 ‘빙상계 비리종합세트’나 다름 없었다. 교육부는 한국체대 측에 전 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하고 업무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전 교수 외에도 국내외 훈련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금 5억8,920만원을 현금으로 걷어 그 중 1억원을 사적으로 쓴 볼링부 A교수와, 학부모 대표로부터 현금 120만원을 받은 사이클부 B교수 등 교직원 34명의 징계를 학교 측에 요구하고 12명은 고발 및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무단으로 빙상장을 이용한 것에 대해선 총 5억2,000만원을 관련자들로부터 회수하도록 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연세대 수시모집에서 아이스하키 체육특기생 합격자가 미리 결정돼 있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감사 결과 평가위원들이 1단계 서류평가 때 특정 지원자들의 성적을 높게 채점하고 오히려 경기 실적이 우수한 지원자에게 낮은 점수를 준 정황이 확인돼 교직원 9명에 대한 경징계 및 경고를 요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한)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활동을 통한 제도개선에 적극 협력하는 등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과 성폭력이 근절되도록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전명규 교수의 비리의혹_신동준 기자/2019-03-21(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전명규 교수의 비리의혹_신동준 기자/2019-03-21(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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