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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 자체가 위험” vs “포항에 지은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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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 자체가 위험” vs “포항에 지은 게 문제”

입력
2019.03.22 04:40
수정
2019.03.22 07: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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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발전 안전성 논란 점화]

땅속 수km 구멍 뚫어 고압 물 주입… 예상 못한 지진 촉발가능성 상존

[‘지열발전=지진’ 인식 곤란]

美, 3200만 가구 전력공급 추진… 지진 많은 터키ㆍ일본도 이미 상용화

21일 경북 포항 덕산동 사무실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21일 경북 포항 덕산동 사무실에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가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땅 속 물 주입이 촉발한 지진이었다는 정부조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지열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땅 속 깊은 곳에 물을 주입해 데운 뒤 이 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방식은 원리상 지진 발생 위험이 수반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열발전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열발전은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된 만큼 지진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존재한 포항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열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열발전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해외 지진 사례를 거론한다.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 시추를 시작한 지 엿새 만에 규모 3.4 지진이 발생했던 스위스 바젤, 2003년 시추공 2개를 뚫자 3.7 규모 지진이 났던 호주 쿠퍼 분지, 같은 해 시추공을 뚫은 직후 규모 2.9 지진이 발생했던 프랑스 알사스의 술츠수포레 등이 주로 언급되는 사례들이다. 수 ㎞ 깊이에 땅을 파고 물을 주입하면 필연적으로 주변 단층을 자극하게 되고, 결국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지열발전=지진’으로 획일화해 문제를 바라봐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그런 단순한 해석으로는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지열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 세계 지열발전 규모는 1만4,369MW 수준에 달할 만큼 신재생 에너지로서 상용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열발전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현재 3,591MW 규모인 설비용량을 2040년까지 4만MW까지 늘려 3,200만 이상 가구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할 정도다. 미국 다음으로 인도네시아(1,948MW), 필리핀(1,868MW) 등이 지열발전을 많이 이용하는 나라로 꼽힌다. 특히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터키(1,200MW)와 일본(542MW)에서도 지열발전이 상용화된 점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지열발전 옹호론자들은 지열발전이 포항 지진처럼 큰 지진으로 이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규모 3.0 이상으로만 따져도 발전소를 영구 폐쇄 조치했던 스위스 바젤 사례가 유일하다는 점, 바젤의 발전소를 폐쇄한 스위스 조차 현재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지열발전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포항이라는 지역의 특수성에 시선을 돌린다. 포항 땅 속에 있는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알려져 있지 않은 활성단층’이 결국 변수였다는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대를 피하는 게 맞지만 이 활성단층 유무를 사전에 알아내는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사전에 단층의 존재를 알았다면 당연히 발전소 추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이 드러난 만큼 국민 안전에 대한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선 양 쪽 모두 같은 의견이다. 여인욱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게 보장돼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진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한 안전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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