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첫삽 뜬건 MB정부지만 노무현정부가 지열발전 추진
“단층 조사 안하고 위험성 알리지 않은 연구기관 등 책임 더 커”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경북 포항지진의 책임을 두고 ‘정권탓’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본격 추진된 만큼 이들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 가하면, 반대로 지열발전소 문제를 가지고 현정권이 과거 정부 때리기에 나선 거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열발전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시작됐다”, “지난 보수정권의 무능과 부실이 부른 참사다” 주장하고, 이에 자유한국당은 “인재를 재해로 촉발시켜 재앙을 일으킨 원인은 문재인 정권의 안이함 때문이다”고 반박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포항 지열발전을 놓고 종일 네탓 공방을 벌였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포항시민들은 지열발전을 만든 MB에게 보상을 받으라”는 등 과거 정권을 탓하는 내용의 글이 줄줄이 달렸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특정 정권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 없는 비난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포항지열발전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된데다, 관리주체인 한국에너지평가기술원과 사업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열발전의 지진유발 가능성을 알고도 묵과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포항 지열발전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9월 첫 삽을 떴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추진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03년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지하 1㎞ 깊이의 시추공을 박아 지열부 부존량을 확인하는 경제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지열수 이용 프로젝트’로 불린 이 연구개발사업은 정부의 지열에너지 개발에 이어 포항지열발전 사업 추진에 바탕이 됐다.
오히려 포항 지열발전을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한 학자들과 포항시가 구성한 11ㆍ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은 정권탓 보다는 관련 연구기관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 공동연구단 등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산자부가 규모 5.4의 포항지진 7개월 전인 2017년 4월15일 일어난 규모 3.1의 지진이 ㈜넥스지오의 물주입으로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멈추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 지열발전 건설에 앞서 단층 조사 등 기본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조사연구단장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시간과 돈에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 구조상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임계응력단층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 따로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6년 3월 포항지열발전 현장과 불과 4.5㎞ 거리에 포항센터까지 개소했지만 단 한 번도 지열발전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조사하지 않았다.
정부조사연구단 소속의 양만재 포항지진 시민대표자문위원은 “지열발전에 참여한 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들이 연구 실적에만 급급했지 지열발전의 위험성은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포항 지열발전의 추진 과정에 참여한 연구기관들과 학자들의 비양심적이고 무지한 행위를 따져 책임을 묻는 게 급선무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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