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23일 엄마가 일하던 공장에 모였다. 뛰노는 아이도 있었다. 받지 못한 월급을 받기 위해 엄마가 몇 달 넘게 공장을 지키고 있어서다. 작년 말부터 닫힌 공장은 주말이면 아이들에게 집이 되고, 놀이터가 된다.
한인 사장이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한 인도네시아 봉제업체 ㈜에스카베(SKB) 공장의 겉모습은 그대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한국 언론 보도 이후) 가슴 속에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법을 지키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24일 현장 사진과 함께 전해왔다.
주말 인도네시아 동포 사회도 움직였다. 재인도네시아한인상공회의소(KOCHAM)는 전날 '한인기업 윤리 제고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주아세안 한국대표부, 한인봉제협의회(KOGA) 관계자 30여명이 한인 기업 야반도주의 실태와 원인, 예방 방안 등에 머리를 맞댔다.
한인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재한 KOGA 회장은 "오너(사주)가 책임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간 것은 도덕적 측면에서 충분히 문제가 된다. 그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인도네시아 진출 한인 기업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를 경계하면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하고 협력해 개선을 도모하자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유사 사건 예방 및 대책으로 △폐업 시 최대 분쟁 대상인 퇴직금 지급을 위해 연 매출 5% 안팎 적립 △한계기업 조기 지원 체제 구축 △한인기업고충처리위원회 설치 등의 논의가 오갔다. 한 참석자는 “이 나라 법규를 최대한 준수하는 쪽으로 기업윤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