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전임 행정부와 달리 한미일 3각 안보 체제 중시 안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와 달리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미사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견제 하기 위해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중시해왔던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우선주의 아래서 지역 동맹을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산, 초계기 레이더 갈등 등 한일 갈등 현안이 잇따라 터져 나왔지만 트럼프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는 거의 없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한쪽 편을 들기 쉽지 않은 사안이긴 하지만 물밑에서도 중재 역할은 하지 않고 지켜 보는 상황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이 중립 자세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며 “앞으로도 한일 관계 문제에서 미국이 어떤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만 해도 위안부 문제로 한일 갈등이 지속되자 오바마 정부의 대응은 적극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일 정상간 자리를 마련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위안부 문제는 끔찍한 인권 침해”라고 메시지를 냈다. 한일이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와 2016년 11월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데도 미국 정부의 개입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와 대조적인 트럼프 정부의 무관심에 가까운 불개입을 두고선 여러 요인이 거론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래드 글로서먼 퍼시픽포럼 국장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일이 이견을 극복하는 것을 도왔고, 더 큰 전략적 논리 아래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국무부 인력 부족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의심, 3각 협력의 필요성 감소 등 여러 요소의 산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일 3각 협력 체제의 중요한 동인이었던 중국과 북한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직접 양자간 협상으로 담판을 짓는 터라 굳이 3각 협력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많다. 트럼프 정부는 오히려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 문제 등을 놓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트럼프 정부의 태도와 달리 전통적인 지역 동맹을 중시하는 의회나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ㆍ하원과 공화ㆍ민주당 가리지 않고 초당적으로 지한파 의원들이 한미일 3국 유대에 대한 지지와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서 미 의회가 팔을 걷은 것이다.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5당 지도부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인사들이 방미단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정부가 2차 대전 이후 의 미국 역할을 더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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