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되면 몸이 기억한다는 댓글 너무 핵공감’, ‘3만원 내고 6만원짜리 얻음 핵이득!’, ‘헉 렌즈남 핵존잘이다’에 쓰인 ‘핵공감’, ‘핵이득’, ‘핵존잘’에는 공통적으로 접두사 ‘핵-’이 쓰였다. ‘핵공감’은 ‘아주 크게 공감함’의 뜻이고, ‘핵이득’은 ‘아주 큰 이익’, ‘핵존잘’은 ‘아주 잘생긴 사람’의 뜻이다. 본래 ‘핵’(核)은 ‘사물의 중심이 되는 알맹이’, ‘원자의 중심부를 이루는 입자’, ‘핵무기’라는 실질적 뜻을 갖지만 누리꾼들이 쓰는 ‘핵공감’ 등에서는 이런 뜻에서 멀어지고 대신 ‘아주 강한’, ‘아주 큰’처럼 의미를 크게 강조하는 뜻이 나타난다.
‘핵무기’, ‘핵에너지’와 같이 ‘핵’이 합성명사의 한 요소로 쓰이다가 접두사로 처음 쓰이기 시작한 말은 ‘핵주먹’ 정도일 것이다. 사전에는 없지만 ‘핵무기처럼 강력한 주먹’의 뜻으로 ‘핵주먹’이 많이 쓰였는데, 여기서도 이미 ‘핵’의 실질적 뜻은 없고 ‘아주 강한’의 의미를 더해 주는 기능만 느껴진다. 접두사 ‘핵-’이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북한 핵무기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을 무렵이다. 가장 세고, 큰 무엇인가를 가리키기 위해 누리꾼들은 ‘핵-’을 덧붙여 썼다. ‘핵-’은 명사뿐만 아니라 형용사에도 잘 붙어 쓰인다. ‘핵귀엽다’, ‘핵좋다’, ‘핵맛있다’, ‘핵예쁘다’ 등 여러 형용사 앞에서 ‘가장’이나 ‘최고’의 뜻을 더해 준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 성과를 얻지 못하고 끝난 이후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긴장과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남북한, 미국의 관련자들이 모두에게 ‘핵좋고’, ‘핵이득’인 협상안을 마련하여 하루빨리 ‘핵공감’을 이룸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앞당겨지길 바란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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