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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ㆍ제천 화재 피해자 정신과 신체 건강 급격히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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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ㆍ제천 화재 피해자 정신과 신체 건강 급격히 악화

입력
2019.03.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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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우울 불면증 등 정신질환에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포항 지진과 제천 화재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포항 지진과 제천 화재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말 발생한 포항 지진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 대부분이 불안과 우울 증세, 불면증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제천 화재 피해자 3명 중 1명은 자살까지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ㆍ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는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과 함께 29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이 같은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포항 지진 피해자 40명과 제천 화재 피해자 30명을 대상으로 국가미래발전정책연구원이 실시했다. 경제ㆍ신체적 변화는 물론 심리적 피해와 구호 지원에 관한 내용 등을 피해자 면접방식으로 조사했다.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포항 지진의 경우 조사 대상의 82.5%가 재난 이후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고 답했다. 불면증과 우울증이 생겼다는 응답은 각각 55%와 42.5%다.

제천 화재도 조사 대상의 73%가 참사 이후 불면증을 겪었고, 우울(53.3%)과 불안(50%) 증세를 호소한 이들도 절반이 넘었다. 이런 증세로 인해 포항 지진은 조사 대상 중 47.5%, 제천 화재는 31%가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답했다.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포항 지진 이후 슬픔이나 절망감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60%에 달했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봤거나(16.1%), 실제 자살을 시도해봤다는(10%)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제천 화재의 경우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비율이 76.7%나 됐고, 자살 생각을 해봤다(36.7%)고 답한 비율이 포항 지진보다 높았다.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국내 중대재난 피해지원 실태조사 결과. 사회적참사특조위 제공

재난 피해자들은 신체 건강도 나빠졌다. 포항 지진은 조사 대상의 67.5%, 제천 화재는 83.3%가 재난 이후 새로운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포항 지진 이후 건강상태 변화에 대해 '나빠졌다'는 응답은 42.5%, '매우 나빠졌다'는 37.5%로 나타났다. 제천 화재의 경우는 '나빠졌다'가 43.3%, '매우 나빠졌다'가 13.3%였다.

경제상황 역시 재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가구별 총자산은 포항 지진 조사 대상 중 34.1%, 제천 화재는 39.2%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가구별 지출액은 각각 28.1%, 37.9%씩 늘었다.

국가의 지원과 진상조사 노력 등에 대해서는 두 재난 조사 대상 대다수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실태조사 책임자인 박희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포항 지진 피해자들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정부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답했고, 제천 화재 피해자들은 세월호 때와 다른 대우를 받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조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독립적 재난 원인 및 대응과정 조사단의 상설기구화 △피해지원 재정 확충을 위한 재난복구기금 신설 △재난지원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의료 및 심리지원의 한시성 문제 개선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재난 피해자들이 복합적인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피해지원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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