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 철회한 결정타는 ‘부실 학회 참석’이었다. 과학기술계 수장이 될 조 후보자가 부실 학회로 알려진 ‘오믹스(OMICS)’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지자 청와대에서도 더 이상 후보자의 ‘버터기’를 용인하지 못한 것이다.
조 후보자는 2017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9회 월드 바이오마커스 콩그레스’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행사를 주최한 오믹스 인터내셔널이다. 오믹스는 와셋(WASET)과 더불어 돈만 내면 어떤 논문이든 학술적 가치와 상관 없이 발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부실 학회로 꼽히는 단체다. 정상적인 논문 출판 문화를 해치고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해 공식 제소되기도 했다.
부실 학회 문제는 지난해부터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허위로 작성한 논문이 학회 발표 논문으로 게재되거나, 학회가 실제로 열리지 않았는데도 열렸다고 보고되는 등 과기계의 도덕적 해이가 속속 밝혀졌다. 특히 한국이 와셋 참석 건수 기준 세계 5위를 차지하면서 ‘한국 과기계의 수치’라는 말도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오믹스와 와셋에 참가한 국내 연구자 수는 총 1,317명으로 나타났으며 과기정통부는 이 중 정부 연구비로 부실 학회에 참가한 398명에 대해 출장비 약 14억5,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유명 유전체학, 분자생물학 전문가가 기조강연을 하는 등 참석자와 발표 내용이 충실해 당시로서는 통상적인 학회로 인식했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와 여권은 해당 학회 참석이 중대한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 청와대는 이날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 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며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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