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심리상태, 특히 자살 직전의 순간을 포착해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면 인식 및 음성 인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정신질환자만의 특징이 파악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루이스필립 모렌시 카네기멜런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를 인용, 정신질환과 관련된 20여 가지 ‘행동 표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환자 자신의 주관적 설명을 통해서만 정신질환에 접근해 왔지만, 이번에 파악된 표지를 AI가 분석할 경우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렌시 교수는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조현병, 자살 등에 관련된 정신질환을 판명할 수 있는 ‘사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렌시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모음을 약하게 발음하고, 자살 시도자들 가운데서도 숨소리가 섞인 말투로 말하는 이들은 또다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이와 유사한 실험은 미국 전역의 대학 연구팀에서 진행 중인데 모두 고화질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홀리 스와츠 피츠버그대 정신과 교수 연구팀이 우울증 상담을 받는 70명을 대상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컬럼비아대와 피츠버그대는 자살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벌이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정보 수집의 도구로 사용한다. ‘셀카’ 나 음성 녹음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과 이메일 등이 분석 대상이다. 수집한 데이터들로부터 행동 표지를 발견해 내는 데 AI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정신적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여명을 관찰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도 받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한계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정보 보호 문제다. 스마트폰은 언제나 소지하고 다니는 것인 만큼 의도하지 못한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 있다. 또 수집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 사생활 침해 등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현장에 적용되기까지도 걸림돌이 있다. 지난해 정신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한 조슈아 매기 마이애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대규모로 일반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매기 교수는 “문화적 배경의 차이나 개개인별 성향의 차이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모렌시 교수 역시 “이 기술은 정신과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AI 기술의 활용은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정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정신질환을 가졌다고 잘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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