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았다” 제주 4ㆍ3사건 71주기, 추모 분위기 물씬
“4.3㎞를 달린 후 인스타그램에 인증해주세요.”
3일 제주 4ㆍ3사건 71주기를 맞아 곳곳에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4.3km를 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릴레이부터 4ㆍ3사건 유적지를 돌아보는 다크투어 등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4.3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4ㆍ3 희생자 추념 기간이었던 지난달 25일부터 4.3㎞를 달리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작은 달리기 모임인 ‘서귀포 러닝 크루’였다. 이 모임은 4ㆍ3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처음으로 ‘제주43달리기’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릴레이 달리기 바람을 일으켰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4.3㎞ 달리기를 인증하고 다음 차례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었다. 릴레이로 진행되는 덕에 서귀포 러닝 크루원 16명에서 시작된 캠페인 참여자는 현재까지 약 600명으로 늘어났다. 참여 인원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러닝 크루에서 달리기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일종의 문화이긴 하다. 12월 25일이면 산타 콘셉트로 달리기를 하거나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4월 16일에 4.16㎞를 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제주도 지역 러닝 크루에서 4ㆍ3사건을 추모하고 알리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캠페인을 기획한 서귀포 러닝 크루의 크루장 고한성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러닝 크루에서 달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제주43달리기’를 하면 제주도 외 지역에도 4ㆍ3사건을 널리 알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기획했다”며 “4.3㎞를 달리는 것은 건강에도 좋아서 일반인들도 많이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귀포 러닝 크루는 제주43달리기가 1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달리기 인증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4ㆍ3사건과 관련된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거나, 제주 4ㆍ3 평화기념관을 방문하거나, 4ㆍ3사건의 상징인 동백꽃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4ㆍ3 사건 유적지를 돌아보며 의미를 되새기는 사람들도 있다. 일종의 ‘다크투어(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 현장을 돌아보며 의미를 찾는 여행)’를 통해서다. ‘제주 다크투어’는 여행을 하며 4ㆍ3사건을 비롯한 제주의 역사를 알리고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2017년도 후반에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단순히 역사 유적지를 여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4ㆍ3사건을 알리고 역사적 의미를 되짚는 교육적 요소까지 가미됐다.
4ㆍ3사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설 프로그램이 가미된 기행 코스부터 피해자들이 살았던 지역, 토벌대가 묻혀있는 묘지를 둘러보는 코스 등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4ㆍ3사건과 제주 다크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3일을 전후해 투어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유료 투어를 신청하는 비제주도민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백가윤 제주 다크투어 대표는 “4ㆍ3사건을 잘 모르는 제주도민부터 제주도 역사에 관심을 갖는 비제주도민 등이 많이 찾아온다”며 “지금도 기행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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