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도 경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국내 병원을 대표하는 빅5 병원들은 넘쳐나는 환자들 때문에 굳이 홍보를 할 필요가 없을지 몰라도 나머지 대학병원들과 전문병원, 개인병원들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홍보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병원 광고 중 흔히 접하는 광고가 바로 원장님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광고다. 입간판 형태도 많고, 버스 외부 혹은 버스 정류장, 그리고 지하철이나 택시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인물을 통해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인물의 인지도가 중요하다. 제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인기 연예인이 다수의 광고에 등장해 효과를 올리는 원리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상당수 병원 광고에 등장하는 ‘원장님’들은 일반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신상파악이 되지 않는다. 광고를 기획해서 수입을 올려야 하는 영세 기획사에서 고객인 원장님의 기분을 좋게 해드리려고 원장님 사진을 활용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그 병원을 애용하는 충성고객 외에는 아무리 봐도 누군지 알 수 없는 인물에 불과하다. 해당 지역사회의 경제수준, 발생하는 질병, 핵심소비자들의 욕구, 원장 등 대표적 의료진의 학력과 지명도, 병원의 입지와 위치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홍보의 기본원리가 싹 무시된 것으로 보이는 유형이다. 이런 광고는 광고에 돈을 지불하신 원장님만 좋아하는 광고다.
병원광고만큼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광고도 없을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친절하고, 능력도 뛰어나고, 병원 위치도 좋고, 최신식 의료장비를 도입했다고 선전한다. 여기에 웬만하면 다 비수술이고, 과거 유명 대형병원 과장이었던 의사를 초빙했다고 자랑한다. 광고에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일체의 자랑을 한꺼번에 때려 넣는 광고인 셈이다.
이런 광고를 만든 광고주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홍보하면 의료소비자들이 병원을 믿고 병원을 찾을 것이라는 순진하고 굳건한 믿음으로 광고를 제작했을지 몰라도 미안하게도 효과는 제로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다수의 광고주는 오류를 범하고 있고 홍보용 광고비는 허공에 뿌려진다. 하루하루가 바쁜 소비자들을 상대로 광고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병원과 차별되는 내용을 부각시켜야 한다. 정말로 알리고 싶은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강하게 밀어붙여야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제품 홍보와 달리 병원홍보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원장님 사진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왕 돈을 투자해 광고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제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 남들처럼 우리도 광고를 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에는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유현재 교수(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ㆍ서강헬스커뮤니케이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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