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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구멍가게” 신기했던 편의점, 종합서비스 공간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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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구멍가게” 신기했던 편의점, 종합서비스 공간 됐지만...

입력
2019.04.05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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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역사 편의점의 ‘명과 암’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올림픽점. 국내 1호 편의점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제공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올림픽점. 국내 1호 편의점으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제공

‘심야에는 두 명의 직원이 캔 맥주로 목을 축이는 애주가, 잠을 쫓기 위해 원두커피를 찾는 택시운전사들의 시중을 들어준다. 새벽에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김밥, 오뎅, 주먹밥, 캔 맥주, 커피 등이다.’

1990년 7월 한국일보 기사 내용이다. 당시 대단히 신기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가게가 바로 편의점이다. 국내 편의점의 시초는 1982년 11월 롯데그룹이 오픈한 ‘롯데세븐’ 신당동점이다. 당시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였는데 저조한 매출 탓에 3년 만에 사라졌다. ‘야간근로자, 맞벌이부부, 독신자를 대상으로 편의점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외국과 달리 국민소득이 낮고 낙후된 유통구조를 지닌 우리나라에서 편의점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분석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편의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시 등장한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1989년 5월 서울 방이동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을 사실상의 국내 1호 편의점으로 꼽는다. 지금이야 동네 치킨집보다 더 흔한 게 편의점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1992년 인기드라마 ‘질투’에서 톱스타 최수종과 최진실이 편의점에서 밤참으로 컵라면, 김밥을 먹으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큰 화제를 모았고, 편의점을 당시의 ‘핫 플레이스’로 만들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편의점은 없어서는 안될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나홀로 성장’한 편의점

‘24시간 구멍가게’, ‘비싼 슈퍼마켓’ 쯤으로 인식되던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 혼밥ㆍ혼술 문화 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10년 1만6,000개였던 매장 수는 현재 3만6,000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11년 10조원을 돌파한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17년 22조원을 넘어섰다. 요즘 편의점에서는 담배나 음료, 삼각 김밥 같은 간단 먹거리 외에 업체들이 자체 생산한 도시락이나 간편조리식품을 즐길 수 있다. 한 끼 식사로 손색없어 ‘편스토랑’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파우더존과 피팅존 등이 갖춰진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 내부. BGF 리테일 제공
파우더존과 피팅존 등이 갖춰진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 내부. BGF 리테일 제공
GS25매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GS25 제공
GS25매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GS25 제공

편의점은 엄청난 점포 수를 기반으로 금융과 택배, 카셰어링, 전기차 충전은 물론 치안 등 공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종합 생활서비스 공간으로 진화했다. 은행, 우체국까지 갈 필요 없이 바로 집 앞 편의점에서 모든 게 해결되는 시대다.

지역 상권에 특화된 매장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편의점은 영역을 넓혀왔다. 강원 평창의 한 편의점에서는 오징어 활어회를 판다.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주문진까지 이동하기 힘든 고객을 타깃으로 한 것인데 큰 성공을 거뒀다. 서울 강남의 5성급 호텔 안에 입점한 편의점에는 외투, 재킷 등을 살균ㆍ건조할 수 있는 의류관리 기기가 설치돼 있고, 한 여자대학교 안에 있는 편의점은 파우더존과 스타킹 등을 갈아 신을 수 있는 피팅존을 갖췄다. 편의점과 식당, 커피숍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2017년 IBK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처하면서 오프라인 소매유통 중 유일하게 고성장하고 있는 업종”이다.

편의점 점포 수 및 매출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편의점 점포 수 및 매출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과열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편의점은 ‘고성장’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지만 성장의 뒷면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편의점 시장은 초창기부터 GS나 롯데 등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고, 편의점에 밀린 동네 슈퍼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경영난도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꼽힌다.

편의점은 본사가 가맹점 매출에서 일정 비율을 가져가는 구조다. 편의점 매장이 늘어날수록 본사 매출은 늘어난다. 반면 경쟁이 심해진 개별 편의점 점포 당 매출은 오히려 줄어 자영업자들의 수익은 악화하는 현상이 생긴다. 사회학자인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편의점 사회학’이라는 책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갑질’로 문제가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는 바로 편의점으로부터 본격화 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대기업 편의점 3개사(CU, GS25, 세븐일레븐)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매출 자료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분석한 내용을 보면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 매출은 본사의 경우 2007년 4조8,000억원에서 2017년 13조7,000억원으로 늘었지만 개별 가맹점은 같은 기간 5억300만원에서 4억7,0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편의점의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점은 신중하게, 폐점은 쉽게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이학영 의원 등의 대표 발의로 가맹점주들의 협상력 강화와 최저수익 보장, 희망폐업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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