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사고 기체 결함 첫 인정… “SW 업데이트 완료되면 안전”
WP “미국 항공당국, 추가 문제점 찾아 보잉에 시정 명령 내려”
미국 보잉사가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잇따라 발생한 보잉737 맥스 여객기의 추락사고가 잘못된 센서 데이터 때문이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보잉은 그러면서도 관련 소프트웨어의 수정을 통한 근본적인 안전성 확보를 자신했다. 하지만 결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에다 추락사고 유가족의 소송까지 겹치면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동영상 성명에서 “사고 여객기들에서 자동비행제어시스템(MCAS)이 잘못된 정보에 반응해서 작동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이 위험을 제거하지 못한 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교통당국이 지난달 10일 사고 당시 조종사들이 보잉의 비상대응 매뉴얼을 따랐지만 항공기 제어에 실패했으며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 추락사고와 유사하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밝힌 직후였다. 사실상 기체 결함을 인정한 것이다.
MCAS는 항공기 기수가 너무 높이 들려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실속(失速) 상황 때 자동으로 기수를 낮춰 실속을 방지하는 일종의 자동비행장치다. 두 사고에서는 항공기의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센서의 오류 때문에 실속 여부를 잘못 판단하고 MCAS가 오작동해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뮬렌버그 CEO의 이날 성명은 두 사고 모두 항공기 시스템의 결함 때문이라는 그간의 주장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뮬렌버그 CEO는 이어 “우리는 737 맥스의 근본적인 안전성에 대해 자신이 있다”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되고 나면 737 맥스는 가장 안전한 비행기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MCAS 업데이트 시험비행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기종의 안전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항공당국이 MCAS에서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해 보잉에 시정을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항공당국은 이 결함이 항공기의 안전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지적했지만, 보잉 측은 사고와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 없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로 치부했다고 WP는 전했다.
앞서 보잉 공장이 있는 시애틀의 지역신문은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보잉이 에티오피아 사고 11일 전에 비행통제시스템 이상을 지적한 엔지니어들의 보고를 사실상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여객기 희생자의 유가족들도 “승객 안전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보잉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한편 보잉737 맥스 기종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모습이다. 연말까지 4대를 도입키로 한 티웨이항공은 “아직 철회까지 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고, 대한항공은 “사고 원인에 대한 최종보고서가 아닌 예비조사 결과인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올해 4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인 이스타항공은 “사고 원인이 나온 만큼 도입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승객과 승무원 등 157명을 태우고 지난달 1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737 맥스8은 이륙 6분만에 추락해 전원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같은 기종의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 추락사고로 189명이 숨졌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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