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북한 핵시설 이전 원하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5개 항의 합의문 초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얼굴을 붉히며 반발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서울발로 6일 보도했다.
요미우리가 한미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제시한 초안은 요구항목 2개와 보상항목 3개 등 크게 5개로 구성돼 있다. 요구항목의 첫 번째는 비핵화 조항으로 ▲비핵화의 정의 ▲동결 조치 ▲신고 및 검증조치 등 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비핵화의 정의는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전체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명기하고 있다. 동결 조치는 ‘북한이 모든 핵 관련 활동과 새로운 시설의 건설을 중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신고 및 검증조치로 ‘북한은 핵 개발 계획을 포괄적으로 신고하고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을 허가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의 두 번째 요구사항은 북한 내 미군 병사 유골에 대한 발굴 작업 개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이들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한국전쟁 종전 선언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대북 경제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의 단서 조항으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했을 때’로 못박았다. 경제지원의 전제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했을 때’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초안 5개 항 중 보상 3개 항과 미군 유골 발굴 문제에 대해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급 협의 단계에서 대략적인 합의가 이뤄졌지만, 비핵화 부문에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어와 한글로 쓰인 5개 항의 초안을 제시하자 김 위원장이 얼굴을 붉히면서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 요구에만 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요미우리에 전한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는 초안에서 제시한 비핵화 방침을 앞으로도 관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미국의 초안에 담긴 로드맵은 핵의 국외반출 후에 제재를 해제했던 ‘리비아 방식’을 모델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합의가 이뤄진 뒤 1년 안에 미국 테네시주 동부의 오크리지로 북한 핵무기를 옮겨놓으려는 의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크리지에는 리비아에서 반출한 원심분리기 보관 시설이 있다.
이와 관련, 국무차관 시절에 리비아의 핵 포기를 이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미 교섭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요미우리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회담에서 적의와 불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난했다며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볼턴 보좌관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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