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인스퍼레이션 우승… LPGA 메이저 첫 정상
2019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고진영(24ㆍ하이트진로)은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왈칵 쏟았다. 우승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해 돌아가신)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며 다시 울먹였다. 그는 “할아버지가 세상에 안 계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살아계셨다면 많이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우승을 할아버지께 바친다”고 했다.
고진영이 자신을 유독 아꼈던 할아버지의 1주기(4월 10일)를 이틀 앞둔 8일(한국시간)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하며 ‘포피스 폰드(Poppie’s pond)’에 뛰어들었다. 고진영은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ㆍ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그는 2주만에 시즌 2승째를 올리며 투어 통산 4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직후 한동안 울먹였던 그는 자신의 캐디, 매니저와 함께 힘차게 18번 홀 바로 옆 연못으로 뛰어들며 눈물을 씻어냈다. 우승자와 얽힌 또 한 편의 스토리가 포피스 폰드에 녹아 든 순간이다.
ANA 인스퍼레이션의 상징이기도 한 포피스 폰드는 명칭에서부터 고진영과 그의 할아버지 얘기와 비슷한 ‘손주 사랑’ 이야기가 스며있다. ‘포피’는 과거 이 대회 진행책임자였던 테리 윌콕스의 손주들이 윌콕스를 칭하던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할아버지와 손주들을 애정이 연못 이름에 녹아있는 셈이다. 이후 이 연못엔 고진영만큼이나 애틋하고도 흥미로운 우승자들의 스토리가 담겼다. 2013년 박인비(31ㆍKB금융그룹)는 당시 약혼자였던 남편 남기협(38)씨와 이 연못에 뛰어들며 전 세계에 자신의 짝을 공개했고, 2011년 우승자 스테이시 루이스(34ㆍ미국) 모친은 딸과 함께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종아리뼈 골절 부상을 겪기도 했다.
이날 김인경(31ㆍ한화큐셀)에게 1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고진영은 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뒤 김인경이 3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3타 차로 달아났다. 고진영은 이어진 이미향(26ㆍ볼빅)의 추격마저 3타 차로 따돌리며 여유 있게 우승했다. 지난해 신인상을 수상한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올해 출전한 6개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각 두 차례, 3위 한 차례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갔다.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고진영은 우승 상금 45만 달러(약 5억1,000만원)를 쌓으며 다승과 상금 랭킹 등에서도 크게 한 발 앞섰다. LPGA 투어 8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고진영의 활약에 한국 선수의 승수도 5승으로 올라갔다.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도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에 이은 다섯 번째로 기록됐다.
입수에 앞서 “호수의 여왕이 되기 위해 5년을 기다렸다”고 밝힌 그는 “언젠간 뛰어들고 싶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실현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고진영은 차가운 수온을 감수하면서 한동안 연못에 몸을 담그며 기쁨을 만끽했다. 고진영은 “동계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고, 나뿐 아니라 코치와 매니저, 트레이너 등이 모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라며 그간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라고 자신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이날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한 고진영이 새로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1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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