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물] 김태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 “대구시민 민주역량 믿음으로, 공론민주주의 실험에 가슴 뛴다”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회위원회가 5일 출범했다. 1993년 6월 말 준공된 후 26년이 지난 대구시청이 2025년을 목표로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청사진의 첫발을 뗀 것이다. 당연직 5명과 위촉직 14명 등 모두 19명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이달 중 후보지와 평가대상지, 예정지 선정방법과 절차 등 신청사건립 기본방향을 결정한다. 위원회는 지나친 유치경쟁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중도 좌초하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집회와 서명, 삭발, 광고, 현수막ᆞ애드벌룬 설치, 전단지 배포 행위에 대해 벌점을 주기로 했다. 연구용역은 국토연구원과 대구경북연구원이 컨소시엄 형태로 맡고 전문연구단이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공론화위원회가 선정기준을 마련하면 시민 25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평가를 거쳐 연말까지 건립 예정지를 확정한다. 탈락 후보지에 대한 반대급부는 없다. 김태일(64)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10일 대구의 한 카페에서 공론민주주의의 실험장인 위원회 활동에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_대구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 활동에 ‘공론민주주의’ 또는 ‘숙의민주주의’라는 용어가 새롭다. 어떤 개념인가.
“1988년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인 제임스 피시킨이 처음 창안한 여론수렴 기법으로 시민참여 의사결정의 하나다. 시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진지한 학습과 토의, 논쟁 과정을 거쳐 해법을 찾아가는 민주적 절차다. 여론이 무작위로 추출된 수동적 시민들의 직감적 의견이라면, 공론은 토론을 통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능동적 의견이다. 대구시청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글귀가 있다. 시민들이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기 바란다.”
_과열유치행위에 불이익을 준다는 위원회 방침에 벌써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다. 시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집회 서명 광고 현수막 전단지 배포 등을 옹호하는 목소리다. 알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나.
“과열경쟁을 막는 것이 공론화과정의 핵심 과제다. 2004년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나친 유치경쟁이 시민분열과 여론악화로 이어져 결국 좌초된 경험도 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과열된 유치행위에는 감점을 적용해 엄격히 통제할 생각이다. 15일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벌점에 대한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쟁점을 제공하겠다. 시민들도 자신이 꿈꾸는 시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설명회, 공청회 등 공론의 장을 많이 마련하겠다.”
_시민참여단 250명이 신청사 건립 부지를 결정한다. 참여단 선정 때 유치신청 지자체 주민 포함여부가 궁금하다. 포함하면 지역이기주의, 뺄 경우 절반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시민참여단을 결정할 때 ‘집단편향성’을 배제토록 하겠다. 정치적‧종교적 믿음이 강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은 뺄 것이다. 유연한 생각을 가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직 유치신청 지자체 주민 포함여부 등 구성방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대구시민을 대표할 수 있고 공정한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평가단을 구성하겠다.”
_시민참여단으로 통보받으면 최종 결정까지 어떤 일정을 소화하게 되나.
“시민참여단은 12월쯤 250만 대구시민을 대표해 250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2박3일간 휴대폰도 맡긴 채 외부와 차단된 합숙 생활을 한다. 평가 대상지 현장을 둘러보고 학습과 토론 등 숙의과정을 통해 신청사 부지를 최종 결정한다.”
_유치신청 지자체 모두를 대상으로 단번에 결정하지 않고, 2, 3개 지자체를 먼저 선발하는 컷오프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뭔가.
“현실적으로 대상지가 많으면 공론결정 효과가 확연히 떨어진다. 시민들이 제대로 된 숙의와 선택을 하기 어려워 변별력과 정당성이 약해질 수 있다. 시민참여단이 합숙 기간 동안 후보지를 2, 3곳으로 먼저 컷오프한 후 다시 논의를 거쳐 최종 부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_타 시도에서는 전문가집단이 청사건립 부지 선정 때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필요한 분야가 있을 텐데 대구는 왜 빼기로 했나.
“전문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가 개인 자격으로 시민참여단의 일원으로, 공론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는 있다. 전문 용역기관과 전문가 자문단은 시민참여단의 판단을 돕기 위한 기본계획, 평가 기준, 팩트 체크 등 근거 자료들을 생산, 제공한다.”
_공론화위원회가 마지막 결정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모든 원칙과 기준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영향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생각인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때 유치의사를 밝힌 중ᆞ북ᆞ달서구와 달성군에 등록기준지나 주소지를 둔 사람은 배제했다. 입지선정과 청사건립, 공론화 등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각 분야 전문가들로 위촉된 만큼,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을 잘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견도 충분하게 수렴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
_공론화위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대구시민의 민주적 역량에 대한 믿음이다. 공론민주주의는 우리 사회문제 해결에 굉장히 중요한 수단이자 절차, 전략이다. 이번 신청사 건립에 공론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 대구 지역사회의 성숙한 민주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대담=전준호 대구한국일보 편집국장
정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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