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지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빼고 사위 이상주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0일 이 전 대통령 항소심 공판을 열었으나, 증인인 김 전 기획관이 출석하지 않아 20여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김 전 기획관은 소환장을 받지도 않았고, 출석도 하지 않았다. 건강악화로 거제도에서 요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을 24일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선배로 1970년대 중반부터 인연을 맺었다. 이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2년 이후엔 재산관리를 담당하는 등 ‘집사’ 역할을 해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당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을 자백한 김 전 기획관은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한편, 재판부는 부인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보다는 법리판단 문제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는 뜻을 밝혔다. 1심에서 이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에 대한 검찰 측 증거를 모두 인정한데다, 뇌물을 건넨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김 여사를 먼 발치에서 그저 봤을 뿐이라 진술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만큼 남편 재판에 굳이 부인까지 부르지 않겠다는 얘기다. 반면 사위인 이 변호사는 22일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변호사가 이 전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직접 받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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