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담 덜게 하려는 배려… 30년 만에 영부인들 단독 오찬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차 한미 정상회담에는 이례적으로 부인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단독 정상회담에 동석했다. 미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 부인 간 단독 오찬도 별도로 진행됐다. 30년 만의 한미 퍼스트레이디 단독 오찬이다.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 정상회담에 자리를 함께했다. 두 정상 내외는 배석자 없이 10여분가량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이후 김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는 먼저 백악관 그린룸으로 자리를 옮겨 1시간가량 별도의 단독 오찬도 진행했다. 한미 정상 부인이 1대 1로 오찬을 한 것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방미 때 이후 30년 만이다.
정상 부인들의 단독 정상회담 동석은 미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 때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 내외는 당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특별한 배석자 없이 환담을 하면서 속 깊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특히 6ㆍ25전쟁의 비극과 이어지는 전쟁에 대한 공포, 이산가족의 슬픔에 대한 공감대가 컸다. 김 여사와 청와대 경내 산책 등으로 1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낸 멜라니아 여사가 들은 문 대통령 가족사를 트럼프 대통령에도 전했다고 한다.
얘기를 전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 있던 문 대통령에게 “정말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낼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깊어진 계기였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이번 단독 정상회담에 정상 부인들이 동석하면서 회담 분위기도 다소나마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는 평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에 나선 문 대통령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하려는 미국 측의 작은 배려로도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워싱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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