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고 불리는 ‘어글리 슈즈’의 인기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운동화의 밑창에 ‘통굽’이 달린 듯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10~20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핫한’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뉴트로’ 열풍이 가시지 않은 덕분이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휠라’가 출시한 ‘디스럽터2’ 인기가 이어오면서 경쟁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어글리 슈즈를 내놓고 있다. 명품 럭셔리 브랜드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을 비롯해 휠라 ‘프로스펙스’ ‘퓨마’ ‘헤드’ ‘아디다스’ ‘아식스’ ‘나이키’ ‘뉴발란스’ 등 많은 스포츠브랜드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개성 있는 디자인의 제품들이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자 ‘제2의 휠라’를 꿈꾸는 수많은 브랜드들이 내놓은 ‘어글리 슈즈’의 판매량이 날개를 달면서 업계도 오랜만에 활짝 웃고 있다.
‘어글리 슈즈’의 인기를 선도했던 휠라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017년 7월 출시한 ‘디스렙터2’는 20여년 전인 1997년 선보였던 ‘디스럽터’의 리뉴얼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부터 지난달까지 220만 켤레가 팔렸다. 금액으로만 따져도 1,5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스렙터2’는 출시 1년 반 만에 국내 180만 켤레, 해외에선 820만 켤레가 판매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히트 상품이다. 휠라가 지난해 11월에 후속으로 내놓은 ‘바리케이트XT 97’도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까지 누적으로 50만 켤레가 팔려나갔다.
국내 대표 토종브랜드 ‘프로스펙스’도 어글리 슈즈인 ‘스택스’로 제법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 9월 출시했는데 ‘디스럽터2’의 인기에 편승하더니, 12월부터 젊은 층 사이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말 2만 켤레, 3월에는 3만 켤레 가까이 팔리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프로스펙스는 80년대 출시된 ‘F로고’의 ‘오리지널 기획팀’을 따로 신설했고, 오리지널라인 제품만 판매하는 단독 매장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어글리 슈즈로 분 뉴트로 열풍이 프로스펙스의 경영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친 결과다.
에프엔에프가 운영하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 역시 올 들어 어글리 슈즈로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출시해 품귀현상까지 빚었던 ‘버킷 디워커’에 이어 지난달 선보인 ‘버킷 디펜더’까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디스커버리에 따르면 버킷 디펜더는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6,000켤레가 완판됐으며, 출시 한 달여 판매현황을 분석한 결과 판매율 110%를 돌파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 측은 “3차 리오더 및 온라인 공식몰에서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독특하지만 과하지 않은 디자인이 2030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투박한 밑창에 고무 사용을 최소화해 무게감을 줄였고, 편안한 착화감을 강조한 게 통했다는 평가다.
MLB는 ‘빅볼청키’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MLB 측은 “지난해 말 출시 3주 만에 7차 리오더 물량까지 완판돼 화제를 모았다”고 밝혔다. 트렌디한 디자인에 6cm 키높이 밑창을 적용했으며, 370g의 중량으로 기존 어글리 슈즈보다 가볍고 편안한 착화감이 특징이다.
특히 MLB는 빅볼청키 리오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인기 스타일과 사이즈를 중심으로 물량을 책정하고 기존 10mm 단위의 사이즈를 5mm 단위로 조정했으며, 290mm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기획·생산 과정에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더해지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에 내달부터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입점하여 해외 소비자들까지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MLB 측은 “올해 빅볼청키 판매량을 총 30~50만 켤레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00만 켤레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글리 슈즈의 인기로 온라인 쇼핑물 ‘무신사’는 지난 11일까지 ‘어글리 슈즈 기획전’을 진행했다. 올 들어 스니커즈 카테고리 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어글리 슈즈 비중이 50%를 차지하며 상품 수도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신사 측은 “올 초 ‘버킷 디워커’의 경우 밝고 고급스러운 베이지 색상으로 무신사에서 연이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며 “빅볼청키도 출시 3주 만에 7차 리오더에 이어 완판을 달성하는 등 활약이 눈부셨다”고 밝혔다.
김남규 무신사 MD팀장은 “어글리 슈즈가 반짝 유행하는 아이템이 아닌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자리했으며, 올 봄 업계에는 어글리 슈즈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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