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우승 후 두 아이와 진한 포옹
가족들도 우즈의 ‘빨간’ 의상 착용해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두 아이와 함께네요."
타이거 우즈(44ㆍ미국)가 22년 만에 '골프 황제'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엔 돌아가신 아버지 얼 우즈(2006년 타계)의 아들로서가 아닌,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였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우즈는 우승을 확정한 뒤 어머니 쿨티다 우즈(74)와 딸 샘 알렉시스(12), 아들 찰리 악셀(10)에게 달려가 포옹을 나눴다. 우즈의 가족들은 우즈가 최종라운드에서 즐겨 입는 승리의 ‘빨간’ 옷을 맞춰 입고 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처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1997년에는 아버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특히 2007년생인 샘과 2009년생인 찰리는 우즈의 전성기 시절을 함께 하지 못해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순간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7년 마스터스 당시 22세의 신인이었던 우즈는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미국프로골프(PGA)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당시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우즈는 아버지 얼 우즈와 진한 포옹을 나누며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우즈는 10여 년간 ‘골프 황제’로 군림하며 메이저 14승, 통산 70회 이상 우승을 차지하며 PGA 투어를 주름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메이저 우승이었던 2008년 US오픈 이후 '악몽'이 시작됐다. 2009년 11월 불륜 스캔들이 터지며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든 우즈는 2014년 허리 부상마저 재발하며 대회 성적도 급락했다. 필드에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으로 재기가 어렵다고 점쳐졌다.
부상이 끝이 아니었다. 2016년 이후 사실상 선수 생활을 중단한 우즈는 2017년에는 경찰에 체포된 뒤 약물 양성 반응으로 또 다른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는 재기를 목표로 절치부심 훈련에 임한 끝에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재기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1997년 마스터스 우승으로 황제의 탄생을 알렸던 22세의 우즈는 이제는 44세 중년의 나이로 그린 자켓의 주인공이 되며 황제의 귀환을 선언했다. 우즈는 "최근 몇 년간 마스터스에 나오지 못할 정도였는데 1997년 첫 우승 이후 22년이 지난 올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하루 종일 코스를 도는 것에만 전념하려고 했다"며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몰랐고 그냥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고 짜릿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다시 누린 우즈는 "그 전 시즌의 챔피언스 디너 때는 걷기도 힘들었을 만큼 지난해에는 마스터스에 다시 출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행운이었다"면서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수많은 감정들이 몰려온다"고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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