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리, 4R 같은 조에 편성… 관람객들 우즈 응원에 흔들리며 자멸
“타이거! 타이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ㆍ미국)가 마지막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를 성공시키자 그린을 둘러싼 수많은 패트론(patron)이 기립해 우즈의 이름을 연호했다. 황제의 귀환에 감격한 패트론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
우즈가 15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각종 스캔들과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의 기로에 섰던 우즈가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켰다.
이번 마스터스 대역전극의 조연은 단연 패트론이었다. 일반 골프대회에서는 관람객을 ‘갤러리’라고 부르지만, 마스터스에서만큼은 이들을 패트론이라 부른다.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 마스터스는 후원자라는 뜻의 패트론 4만여명에게만 평생 관람권을 부여하는 대신, 막대한 입장권 수익을 올린다. 마스터스를 1년 중 가장 소중한 의식으로 여기는 패트론들은 값비싼 이 권리를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어할 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애호가들이다. 그런 패트론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유독 우즈만을 응원하는 ‘우즈 바라기’로 변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썼다.
대회 1라운드부터 우즈는 패트론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다. 첫날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선 우즈를 사회자가 소개했을 때 가장 큰 함성과 환호가 나온 것은 물론이다. 우즈만 바라보며 이동하는 패트론이 많아 같은 조의 욘 람(25ㆍ스페인)과 리하오퉁(24ㆍ중국)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였다.
우즈가 항상 패트론 덕을 본 것만은 아니었다. 대회 첫날 샷을 방해하는 패트론에게 다가가 정숙을 부탁하기도 했다. 2라운드에서는 우즈를 향해 패트론들이 몰려들자 이를 막기 위해 뛰어오던 보안 요원이 잔디에 미끄러져 우즈의 발목을 차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에도 우즈에게 몰린 구름 관중은 오직 “타이거”만을 외쳤다.
행운의 조편성도 한몫했다. 15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내리자 대회 주최 측은 부랴부랴 티오프 시간과 조편성 방식을 변경했다.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 대회가 끝나도록 티오프를 원래 예정됐던 시간에서 2시간30분 앞당겼고, 2명으로 구성돼야 할 조편성을 3명으로 변경했다.
우즈는 이 덕을 톡톡히 봤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7ㆍ이탈리아)와 함께 챔피언조로 편성되며 마지막으로 4라운드에 임한 것이다. 3라운드까지 보기를 단 1개만 기록한 강철 같은 정신력의 몰리나리도 패트론의 일방적인 응원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몰리나리는 귀신에 홀린 듯 마지막 날에만 더블보기 2개를 기록하며 자멸했다. 반면 우즈는 패트론의 성원에 응답하듯 차근차근 타수를 줄이며 역전 우승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몰리나리는 “두 번의 더블보기로 새로운 팬을 좀 만든 것 같다”며 자학개그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세계 각지에 흩어진 ‘우즈 패트론’도 그의 귀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은 “당신이 진정 위대한 챔피언”이라며 치켜세웠고 버락 오바마(58) 전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38),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테판 커리(31)와 르브론 제임스(35)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하를 전했고 우즈의 스폰서 나이키는 그에게 헌정하는 특별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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