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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치 즐기다 보면…천년 신비 ‘보물섬’ 태안 신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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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치 즐기다 보면…천년 신비 ‘보물섬’ 태안 신진도

입력
2019.04.16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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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청자 수두룩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바다 전망대 안흥성 

안흥성 성곽에 오르면 신진도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무가 끼고 잔잔해 보이지만 바위섬 주변 관장목은 눈에 보일 만큼 물살이 거세다. 태안=최흥수 기자
안흥성 성곽에 오르면 신진도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무가 끼고 잔잔해 보이지만 바위섬 주변 관장목은 눈에 보일 만큼 물살이 거세다. 태안=최흥수 기자

태안에서도 서쪽 끝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섬 신진도에 지난해 말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현재 임시 개관 중이고 정식 개관은 11월이다. 이곳에 해양유물전시관이 들어선 것은 신진도 앞바다의 거센 물길인 관장목과 관련이 깊다. 태안 앞바다는 고려시대부터 지방의 조세를 중앙으로 운송하는 조운선이 통과하는 길목이었고, 상선과 사신을 태운 선박 등 다양한 배들이 오가는 항로였다. 삼남(경상ㆍ전라ㆍ충청) 지방에서 개성과 한양으로 가는 가장 짧은 서해 항로였지만, 눈으로 보일 만큼 조류가 빨라 그만큼 위험한 뱃길이기도 하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뒤로 안흥항의 모습이 보인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 뒤로 안흥항의 모습이 보인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의 ‘청자 사자모양 향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의 ‘청자 사자모양 향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의 ‘청자 모란 연꽃 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받침그릇’.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의 ‘청자 모란 연꽃 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받침그릇’.

2007년 이후 신진도 앞 대섬과 마도 앞바다에서 5척의 난파선과 2만8,000여점의 유물이 발견됐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은 한꺼번에 쏟아진 수중문화재의 관리와 보존을 위해 세워졌다. 전시관은 현재 인천ㆍ경기ㆍ충청 해역에서 발굴한 난파선 8척과 수중문화재 3만여점을 보존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고려 건국 1,100주년을 기념해 ‘바다에서 찾은 고려의 보물들’을 전시 중이다. 마도 2호선에서 건진 ‘청자 연꽃줄기 무늬 매병’, 마도1호선에서 발굴한 ‘청자 모란 연꽃 무늬 표주박모양 주전자와 받침그릇’, 태안선에서 발견된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 12~13세기 보물급 고려청자 여러 점을 볼 수 있다.

유물전시관과 안흥항 사이 바다 위에는 2017년 말 완공한 ‘안흥나래교’가 관광객을 맞고 있다. 293m 다리 위를 걸으면 좌우로 안흥항의 정겨운 풍경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자그만 포구를 압도할 규모와 유려하게 이중 아치를 그린 다리 자체도 볼거리인데, 안내판을 보고 나면 입이 떡 벌어진다. 공사비로 무려 174억원이 들었다. 관광 산책로로 이용할 다리로는 아무래도 과하다.

안흥항을 가로지르는 안흥나래교. 보기는 좋지만 174억이 들었다는 안내판을 보면 꼭 필요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안흥항을 가로지르는 안흥나래교. 보기는 좋지만 174억이 들었다는 안내판을 보면 꼭 필요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안흥나래교 위에서 본 안흥항 풍경.
안흥나래교 위에서 본 안흥항 풍경.

다소 불편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흥항 뒤편 안흥성에 올랐다. 안흥성은 조선 효종 때 10년에 걸쳐 쌓은 성으로 군사적 요충이자 중국에서 오는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성의 동쪽 일부는 현재 국방연구소가 차지하고 있다. 지금도 주요 군사시설인 셈이다. 둘레 1.5km의 석성은 아직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지만, 동서남북 4개의 성문은 허물어져 현재 서문 누각만 복원해 놓았다.

성곽에서 가장 높은 꼭대기에는 태국사라는 사찰이 자리 잡았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전형적인 호국 사찰의 이름이다. 사찰 뒤편 성곽에 오르면 뿌옇게 해무가 낀 수면에 물살 거친 관장목의 바위섬들이 보일 듯 말 듯 아련하게 보인다.

네 곳의 성문은 없어졌지만, 안흥성 성곽은 그런대로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북문 부근의 통로.
네 곳의 성문은 없어졌지만, 안흥성 성곽은 그런대로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은 북문 부근의 통로.
안흥성 꼭대기에 자리 잡은 태국사.
안흥성 꼭대기에 자리 잡은 태국사.

떨어진 벚꽃이 못내 아쉽다면 태안으로 늦은 봄 꽃 여행을 떠나도 좋다. 태안읍에서 신진항으로 가는 도로변 곳곳에 가로수로 벚나무를 심었는데, 이번 주에나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태안에는 겨울과 여름 두 계절만 있다고 말한다. 바다와 접한 해양성 기후여서 봄이 빠를 것 같지만, 서울에 벚꽃과 목련이 모두 떨어져야 태안의 꽃이 만개한다. 태안의 꽃 잔치도 그만큼 늦다. 천리포수목원에선 이달 20~29일 목련축제가 계획돼 있고, 안면도 꽃지 해안공원에서는 다음달 12일까지 튤립축제가 열린다.

신진항 포구에서서 간자미(이곳에서는 간재미로 부른다)를 말리고 있다.
신진항 포구에서서 간자미(이곳에서는 간재미로 부른다)를 말리고 있다.
태안에서는 요즘 알이 통통한 주꾸미가 제철이다.
태안에서는 요즘 알이 통통한 주꾸미가 제철이다.
뽀얗게 국물을 낸 태안 우럭젓국. 구수하고 개운해 해장에 그만이다.
뽀얗게 국물을 낸 태안 우럭젓국. 구수하고 개운해 해장에 그만이다.

태안 최대 어항인 신진항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4~5월은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제철이다. 어떻게 요리해도 좋지만, 육쪽마늘과 대파 육수에 살짝 데치는 샤부샤부로 먹으면 눈도 입도 즐겁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우럭으로 뽀얀 국물을 낸 우럭젓국은 아침 해장으로 그만이다.

태안=글ㆍ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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