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문학잡지’를 표방하는 문예지 ‘an usual’은 다음 달 창간호 발간을 위해 텀블벅 펀딩으로 독자 모집에 나섰다. 후원자 204명으로부터 770만원을 모금해 목표 금액인 500만원의 153%를 달성했다. ‘an usual’을 만드는 문학스타트업 ‘스튜디오봄봄’의 이선용 대표는 “텀블벅 이용자 연령과 성향이 우리 문예지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을 대체하는 새로운 문학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웹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수의 개인이 정해진 기간 동안 자금을 모아 책을 내는 크라우드 펀딩이 출판의 한 축이 되면서, 문학 역시 같은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 문학의 장점은 기성 문학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주제와 다양한 필진, 형식 파괴 시도 등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것’에 목말라서인지, 문학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수사물에 여성 퀴어 서사를 녹여 낸 소설 ‘소프트 보일드 키튼’은 후원자 800명에게 2,600만원을 모금해 목표치의 1056%를 채웠다. 젊은 소설가 24명이 매달 한 명씩 돌아가며 서울 한남동을 주제로 쓴 소설을 모은 ‘한남동 이야기’도 목표액의 223%를 달성한 끝에 최근 출간됐다.
텀블벅 출판은 2014년 시작됐다. 최근 글쓰기 열풍이 불고 억대 펀딩을 통한 대형 성공 사례들이 나온 데 힘입어 시장이 확 커졌다. 밀리언셀러 에세이 ’언어의 온도’(2016)와 역시 베스트셀러 에세이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018)도 텀블벅 펀딩으로 세상에 나왔다.
독자들이 누리는 텀블벅 출판의 매력은 뭘까. 일반 출판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책’을 소장할 수 있다는 만족감, 그리고 지지하는 작가나 주제를 후원해 제 손으로 책을 탄생시킨다는 뿌듯함이다. 후원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굿즈’는 덤이다.
책을 내려는 사람들에겐 진입 장벽을 낮춰 준다. 스튜디오봄봄의 이선용 대표는 “시중 서점과 비교하면 책 판매 수수료가 현저히 적고 판매 수익도 한달 가량 빨리 입금된다”며 “출간 전 마케팅 효과가 큰 데다, 구매를 확정한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책을 찍으면 되기 때문에 초판 소진의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기성 출판사들도 홍보 효과를 노리고 텀블벅 문학 출판에 뛰어들고 있다. 책의 가치는 높지만 일반 서점 용으로 낼 경우 주목 받기 어려운 책들이 주로 대상이다. 창비는 맨부커상을 받은 최초의 퀴어 소설 ‘아름다움의 선’을 지난해 텀블벅 북펀딩으로 출간했다. 당시 목표 금액의 367%를 초과하는 후원금이 모였다. 시공사가 최근 낸 그래픽 노블 ‘왓치맨’은 목표 펀딩 금액의 1,697%를 달성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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