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ㆍ대한항공 경영권 위기… 금호ㆍ한진家 승계 분쟁 ‘형제의 난’ 전력도
국내 양대 항공사를 소유한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오너 일가의 형제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그룹에서는 내심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지만, 이들의 공식 입장은 “중립을 지키고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상황이 바뀔 경우 이들이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매각 작업 시작 전부터 난무하는 박찬구 회장 역할론
재계에서는 일단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현재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1.98%를 가져 금호산업(33.47%)에 이은 2대 주주다. 게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금호아시나아그룹과 달리 금호석화는 안정적인 경영 실적을 내 자금 여력도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연결기준 5,5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2017년 2,626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박 회장이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때 형 박삼구 전 회장과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 계열분리 수순까지 밟았고, 이후 수년간 소송전을 벌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게 변수다. 또 외형 확대에 주력했던 형과 달리 내실을 중시했던 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할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금호석화 안팎의 평가다.
박찬구 회장은 16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금호석화가 주도하는 인수전 참여는 없다”면서도 “요청이 들어온다면 검토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검토도,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형제라는 이유만으로, 호남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 인수 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혈육인 박 회장의 개입을 좋아할 리 없는 채권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재계 관계자는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경우, 결정적으로 금호석화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확실해지면 과감히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영권 방어 급한 한진그룹….조정호 회장의 선택은?
조양호 회장 별세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도 대항항공 경영권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은 고작 2.34%. 자매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까지 합쳐봐야 8.95% 밖에 안 된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조 회장이 보유한 17.84% 지분 중 상당 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문제는 막대한 상속세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2대 주주(13.47%)인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조 사장으로서는 백기사가 절실하다.
업계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막내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 눈길을 돌린다. 조 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뒤 조카인 조 사장의 우호세력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조중훈 창업주가 타계한 후 형 조양호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것을 고려하면 갑자기 우군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KCGI를 도와 흑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은 중립을 선언한 상태다. 최측근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백기사든 흑기사든 나서지 않고 중립을 지킬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든지 조 사장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기업집단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조항도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인수의 현실적 걸림돌 중 하나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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