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
“나이 기준으로 노동시장서 퇴출시키는 정년제도는 낡은 제도”
그래픽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에 대비해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현재의 정년제도를 폐지하고, 65세 이상은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과 제도들을 고쳐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주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8일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고령화 속도와 기간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 사회에 미칠 부정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KDI는 먼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라 2050년에는 고령인구부양비(65세 이상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로 나눈 비율)가 7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인구부양비는 지난 1980년 10% 미만에서 현재 20%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낮지만, 2050년에는 평균을 20%포인트 이상 웃돌게 된다.

KDI는 또 2050년에는 인구의 36%에 불과한 취업자가 전체 인구를 위한 재화와 서비스 생산을 담당해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KDI는 “이런 경제 상황에서는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퇴보할 수 있다”며 “자원배분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사회정치적으로 증폭되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처럼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ㆍ청년 노동 참여를 늘리는 식의 정부정책으론 고령화 충격을 상쇄하기 어렵다고 KDI는 진단했다. 여성ㆍ청년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이탈 속도가 훨씬 빠르고, 출산율이 높아져도 신생아들이 경제활동에 나서기까지는 최소 30년이 걸려 현재 진행형인 고령화의 대책으론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KDI는 고령인구의 적극적인 경제활동참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KDI는 “고령세대가 경제활동을 지속하면 이들 세대의 소득과 소비가 증가하고 조세수입도 늘어나며, 정부의 공적연금 지급부담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을 독려하기 위한 선결 조치로 KDI는 우선 정년제도 폐지를 꼽았다. “일정 나이를 고령의 기준으로 삼아 노동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정년제도는 더 이상 사회경제 발전에 유효한 역할을 못하는 낡은 제도이므로 폐지 등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고령자를 부양대상 혹은 잉여인구로 여기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 및 제반 제도들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령세대를 새로운 생애단계로 설정해 사회와 경제에 생산적 기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새 역할을 모색해 제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KDI는 “중장년 이후 경력전환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직업훈련체계와 평생교육체계를 결합해 새로운 평생 교육ㆍ훈련 모델을 모색하는 한편, 사업장에서 연령차별을 금지하는 동시에 생산성과 역량을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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